미국 나스닥시장에 부는 강추위가 국내 증시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올들어 상당폭 반등하다가 다시 미끄러지고 있는 가운데 터진 미국발 악재여서 주식시장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나스닥의 급락세가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경우 나스닥지수를 포함한 미국주가가 오를 경우 국내주식을 사들이고 미국주가가 내릴 경우 국내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가가 내릴 경우 미국 뮤추얼펀드 가입자의 환매요청이 이어지고 뮤추얼펀드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편입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국내주식의 매도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지난 9일 나스닥의 폭락세를 주도한 종목군이 반도체종목을 포함한 기술주여서 국내시장에서도 비슷한 부류의 관련종목이 받을 충격이 예상외로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9일 미국시장에선 인텔이 11%나 폭락한 것을 비롯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 10%,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7%,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및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각각 5% 하락했다.

이는 증권거래소시장 비중이 15%에 육박하는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의 하락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또 증권거래소시장에서 1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통신과 SK텔레콤도 미국 텔레콤지수가 4.3% 급락한 태풍권에서 비켜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이 속한 코스닥시장도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국내 주가가 지난해 세계최대 낙폭을 기록한데다 연기금을 앞세운 정부의 증시부양 의지가 워낙 강한 까닭에 나스닥 급락의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나스닥의 추락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경기침체와 기술주 몰락이 한국시장에선 이미 주가에 상당히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기금은 지난해말 이후 현재까지 2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했으며 이달말까지 1조원 정도를 추가로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와함께 미국에서 금리인하가 논의되고 있으며 국내 경기악화가 당초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통계자료도 충격파를 막아줄 방파제가 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