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현대계열사에 대해 또다시 긴급수혈에 나선 것은 ''자구노력을 할 시간''을 충분히 주자는 의미다.

또 현대계열사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해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그룹의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된다.

현대 계열사들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 현대전자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변수는 반도체가격이다.

이 회사는 올해 5조6천7백억원의 빚을 갚아야 한다.

현대측은 영업이익으로 2조원, 회사채 차환발행으로 2조9천억원, 자산매각 1조원, 해외차입 1조원 등으로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 2조원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전자는 D램 가격을 1.4분기 평균 3.3달러로 예상하고 자금조달계획을 짰었다.

그러나 지난 8일 국제시장에서 D램은 2.15~2.28달러에 거래되는 등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채권단이 대출금 등 일반 여신 3천여억원의 만기를 1년간 연장해준 것도 이같은 상황 변화를 감안한 때문이다.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현대전자는 D램가격이 5월이후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이 이 때도 하락세를 지속하면 또다시 자금부족 상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월 현대전자의 자구안을 점검해 자금부족이 예상될 경우에는 분사및 자산매각계획 등을 앞당기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현대건설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고 한숨을 돌린 상태다.

채권은행들은 아파트분양대금을 담보로 3천4백억원을 빌려줬고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4억달러를 빌릴 때 지급보증을 서주기로 했다.

은행별 보증액은 산업은행이 2억달러, 외환은행이 8천만달러, 한빛은행이 3천6백만달러, 조흥은행이 2천만달러다.

하나 농협 국민 신한은행은 각각 1천6백만달러씩 지급보증을 선다.

하지만 현대건설 역시 영화회계법인의 실사결과가 나오는 4월말이후가 운명의 시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 결과 자력갱생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당초 합의한대로 출자전환이란 극약처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석유화학 =자구안중 핵심이던 SM(스티렌모노머)공장 매각이 실패해 채권단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이 회사는 한국바스프에 매각하려했지만 가격협상이 결렬됐다.

현대석유화학은 오는 6월말까지 SM공장 매각을 못하면 채권단이 직접 팔아도 좋다는 처분위임장을 제출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종은 공급과잉상태"라며 "현대석유화학에 업체간 통합(빅딜)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만이 회생방안이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 현대아산 =이번 지원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아산도 자금이 바닥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에 1백억원씩을 긴급 요청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수익성 없는 사업에 누가 돈을 빌려 주겠느냐"고 일축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