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수로공사 처리를 대한통운이 승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데는 "동아건설의 사실상 파산"이란 변수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이 대수로 공사를 떠맡는 것이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선의 방안은 못된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의 소송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있는 차선책으로 제시됐다.

건설교통부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신인도 하락과 리비아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과 분쟁을 줄일수 있다는 점에서,채권단은 손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한통운을 공사 승계자로 선택했다.

대한통운이 리비아 공사를 맡는 방안이 이번에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다.

이춘희 건교부 건설경제국장은 "리비아측이 한달전에 대한통운을 리딩 컴퍼니(주간사)로 구성해서 공사를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당시에는 대한통운이 거부해 진척을 보지 못했으나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대한통운 승계론이 힘을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동아건설의 법정관리폐지 결정이다.

대한통운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승계를 거부할 경우 리비아 정부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비아정부는 이미 대한통운을 상대로 서울지법 파산부에 13억1천9백만달러(1조6천5백억원)의 정리채권을 신고했고 자국법인에도 동아건설과 함께 35억달러(약 4조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이다.

대한통운은 동아건설에 지급보증으로 6천9백억원이 물려있는 와중에 리비아 정부로부터 또다시 소송에 휘말려선 곤란한 지경에 놓여있다.

경제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대한통운이 공사를 계속할때 리비아에서 받는 돈은 잔여공사비 3억5천만달러를 비롯 9억달러이다.

별도의 대규모 추가지원이 없어도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도 "리비아 현장이 독립적으로 떨어져 나오면 자금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1억3천만달러의 지급보증 등의 기한을 연장해 줄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통운이 건설분야의 경험은 없지만 남은 공정이 5%밖에 되지않아 리비아 현지에 있는 동아건설의 인력 7천명과 6천5백대의 장비를 인수하면 공사를 진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및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를 감안하면 대한통운이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한통운으로선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행하는데 따른 출혈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채권단은 물론 리비아 정부로부터 최대한 좋은 조건을 이끌어내는게 남은 과제인 셈이다.

유대형 백광엽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