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초 일본 화물선 팔서호가 도쿄항에 도착하자 각 언론에서 취재경쟁을 벌였다.

왜냐하면 이 화물선 컨테이너속에는 수입상품이 아닌 쓰레기가 가득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는 도치기 현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인 닛소가 주사침등이 들어있는 쓰레기를 고지(古紙)라고 속여 필리핀으로 수출했다가 발각되자 이를 싣고 되돌아온 것이었다.

일본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품 순환(循環)형 사회를 연다고 선언했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자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이처럼 자기나라의 폐기물을 다른 나라에 실어 보내는 방식의 처리는 국제협약에 의해 강력히 규제되고 있다.

이 협약은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통 바젤조약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각국은 이제부터 산출되는 쓰레기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동차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등 각종 가전제품을 대량생산하고 대량소비했다.

이들이 쓰레기로 쌓이기 시작했다.

폐기물이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계속 동맥(動脈)산업만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핏줄 가운데 동맥만 흘러선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동맥으로 공급된 피는 정맥으로 회수해 다시 정화시켜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동맥만 강조하던 시대는 끝났다.

정맥으로 피가 흐르지 않아 내출혈이 일어나면 죽고 만다.

드디어 어쩔 수 없이 정맥산업을 키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니 산업부문에서도 정맥산업이 뜰 때가 됐다.

정맥산업은 ''3R''에 기초를 둬야 한다.

3R란 폐기물을 줄이는 리듀스(Reduce),물품을 재사용하는 리유즈(Reuse),물건을 변형시켜 재활용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말한다.

요즘 국내에서 연 2천만대에 이르는 가전제품들이 폐기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더 첨단의 컴퓨터를 만들기에 바쁘지,이를 처리하는 3R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사실 에어컨은 60%를 회수할 수 있고 TV는 55%를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벤처업계에선 이런 분야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아마 내출혈로 입원을 할 무렵에야 ''아차 잘못했구나'' 하며 이 분야에 집중투자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러나 그땐 이미 치료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자세히 살펴 보면 정맥산업분야에도 투자할 만한 부문들이 상당히 많다.

이산화탄소 분리처분 산업을 비롯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의료폐기물 분리처리등은 새로운 벤처사업부문이다.

쓰레기를 수출할 순 없다.

지금부터는 너무 동맥산업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내출혈의 위험이 없는지 우리의 정맥을 새롭게 점검해보자.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