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관련된 분야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잘하지 않나요? 여성들은 꼼꼼하고 세심하지요. 경제.경영학 분야에서도 남성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일 겁니다"

국내 최초의 여성 경제학 박사이자 여성 경제학 교수 1호인 한국외국어대학의 김애실 교수.

그는 후배 여성들에게 경영.경제학자의 길을 갈 것을 주저없이 권한다.

"경제학하면 으레 남성들의 학문으로 치부되지요. 하지만 실제론 여성의 섬세함이 필요한 학문입니다. 여성의 시각에서 경제현상을 바라보면 그동안 남성 경제학자들이 소홀히 했던 부분까지도 경제학의 범주로 끌어들일 수 있지요"

김 교수는 자신이 지난 85년에 발표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예로 들었다.

여성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 그는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청소 설거지 육아 등 가사노동에 드는 비용을 하나 하나 금액으로 환산했다.

논문이 발표되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가사노동이 비로소 중요한 경제활동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직도 경제경영학은 남성의 학문이라는 편견 때문에 우수한 여성인재들이 학계로 스며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국내 대학은 아직도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주는데 인색하지요. 여성 경제.경영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일정 비율 이상의 교수를 여성으로 채용하는 대학에 정부가 우대조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앞으로 학회를 통해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경제학에 다가서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