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씨 소설집 '구렁이들의 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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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석(57)씨의 작품에서 초등학생인 ''나''의 나이는 31세다.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누이는 1백27세,그 누이의 어미는 3백20세다.
그들은 실제로 10세 20세 60세일터이다.
일찍 삶을 깨달은 탓일까.
어미가 아기를 잉태하고 있는 기간은 자그마치 10년이다.
순수 리얼리즘에서 출발,마술적 리얼리즘에 도달한 중견 작가 최인석씨의 소설집 ''구렁이들의 집''(창작과 비평사)이 나왔다.
1980년 희곡으로 등단한 최씨는 창작집 ''나를 사랑한 폐인'' 등을 발표,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99년 발표된 장편 ''나의 아름다운 귀신''은 염소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할배이야기 등 신비로운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이번 소설집에도 사람으로 환생한 잉어,물로 돌아가는 우렁각시,구렁이를 아버지로 둔 소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표제작 ''구렁이들의 집''은 부모를 잃고 큰아버지 집에 맡겨진 소년의 이야기다.
도금공장에 다니던 아비는 어느날 물건을 훔쳐 집을 나간다.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눈물을 떨어뜨리던 어머니는 강보에 싸인 ''나''를 창밖으로 훌떡 던져버린다.
다음 순간 ''나''를 껴안고 울먹이는 이 여자가 아까 그 사람인지 아닌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상반된 두 가지 외침에 목이 막혀 말더듬이가 된다.
''갇혀있는 것 이외 어떤 삶의 방식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어미의 태에 갇혀 있다가 아비 어미의 셋방에 갇히기 위해 태어난 것과 같다.
사람들은 모두가 서로에게 감방의 벽이요 간수요 자물통이다''주인공은 조로증에 걸린 사촌 누이를 사랑하지만 누이의 약값을 훔쳐 마약을 사고 만다.
단편 ''잉어이야기''는 ''나는 물을 먹고 살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소년은 도시락을 싸지 못할 만큼 가난한 집 아이다.
말이 없는 그에겐 친구도 없다.
물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이 아이를 할매는 의젓하다고 대견해하지만 그도 가끔은 맥없이 쓰러진다.
소년의 아비는 배타러 나가 돌아오지 않고 어미도 서울로 도망간 상태.
어느날 소년은 인공기(북한 국기)를 그리다가 경찰에 붙들려 간다.
아비와 어미가 연락을 받고 나타나자 소년은 자신이 본디 잉어였음을 밝히며 차별없는 세상을 찾아 떠나간다.
''아비 어미는 잉어를 떠나보낸 후 열달 뒤에 나(소년)를 낳았다.
그로부터 서른 두해가 흘렀으며 그 사이 아비 어미는 집을 나갔다.
어쩌면 오늘 밤 아비 어미는 서른 두해 전 그 밤처럼 온 정성을 다 기울여 몸을 섞을 지도 모른다.
세상을 등지고 물로 돌아가려는 지금,내가 뭍에서 산 서른 두해는 아비의 종다래끼(낚시 바구니)안에 머물렀던 잠깐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문학평론가 김사인씨는 "최씨의 환상적 글쓰기에는 비루한 날들의 절망과 처절함이 놓여있다"고 평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누이는 1백27세,그 누이의 어미는 3백20세다.
그들은 실제로 10세 20세 60세일터이다.
일찍 삶을 깨달은 탓일까.
어미가 아기를 잉태하고 있는 기간은 자그마치 10년이다.
순수 리얼리즘에서 출발,마술적 리얼리즘에 도달한 중견 작가 최인석씨의 소설집 ''구렁이들의 집''(창작과 비평사)이 나왔다.
1980년 희곡으로 등단한 최씨는 창작집 ''나를 사랑한 폐인'' 등을 발표,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99년 발표된 장편 ''나의 아름다운 귀신''은 염소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할배이야기 등 신비로운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이번 소설집에도 사람으로 환생한 잉어,물로 돌아가는 우렁각시,구렁이를 아버지로 둔 소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표제작 ''구렁이들의 집''은 부모를 잃고 큰아버지 집에 맡겨진 소년의 이야기다.
도금공장에 다니던 아비는 어느날 물건을 훔쳐 집을 나간다.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눈물을 떨어뜨리던 어머니는 강보에 싸인 ''나''를 창밖으로 훌떡 던져버린다.
다음 순간 ''나''를 껴안고 울먹이는 이 여자가 아까 그 사람인지 아닌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상반된 두 가지 외침에 목이 막혀 말더듬이가 된다.
''갇혀있는 것 이외 어떤 삶의 방식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어미의 태에 갇혀 있다가 아비 어미의 셋방에 갇히기 위해 태어난 것과 같다.
사람들은 모두가 서로에게 감방의 벽이요 간수요 자물통이다''주인공은 조로증에 걸린 사촌 누이를 사랑하지만 누이의 약값을 훔쳐 마약을 사고 만다.
단편 ''잉어이야기''는 ''나는 물을 먹고 살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소년은 도시락을 싸지 못할 만큼 가난한 집 아이다.
말이 없는 그에겐 친구도 없다.
물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이 아이를 할매는 의젓하다고 대견해하지만 그도 가끔은 맥없이 쓰러진다.
소년의 아비는 배타러 나가 돌아오지 않고 어미도 서울로 도망간 상태.
어느날 소년은 인공기(북한 국기)를 그리다가 경찰에 붙들려 간다.
아비와 어미가 연락을 받고 나타나자 소년은 자신이 본디 잉어였음을 밝히며 차별없는 세상을 찾아 떠나간다.
''아비 어미는 잉어를 떠나보낸 후 열달 뒤에 나(소년)를 낳았다.
그로부터 서른 두해가 흘렀으며 그 사이 아비 어미는 집을 나갔다.
어쩌면 오늘 밤 아비 어미는 서른 두해 전 그 밤처럼 온 정성을 다 기울여 몸을 섞을 지도 모른다.
세상을 등지고 물로 돌아가려는 지금,내가 뭍에서 산 서른 두해는 아비의 종다래끼(낚시 바구니)안에 머물렀던 잠깐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문학평론가 김사인씨는 "최씨의 환상적 글쓰기에는 비루한 날들의 절망과 처절함이 놓여있다"고 평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