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 여파로 동남아 통화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특히 정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대폭락 사태를 빚고 있다.

12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달러당 1만1천4백25루피아까지 떨어져 하루새 1천2백80루피아(12.6%)나 폭락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와히드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정치적 불안이 확산되자 투기적인 달러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며 루피아화 가치가 수직 하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최근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잇달아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도 루피아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루피아화 급락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달러당 1만6천9백50루피아까지 폭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DBS은행은 수개월내 루피아화 가치가 달러당 1만3천 루피아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국 바트화는 달러당 43.74바트로 지난 주말보다 0.2바트 하락, 최근의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외환 전문가들은 아시아 각국의 정치적 혼란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경제둔화 여파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데다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아시아 통화가치의 하락폭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