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들이 대거 지방에 내려간다.

전국 순회 경제설명회를 갖는다는 계획.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수원 문화예술회관에서 강연을 갖는 것을 비롯 14명의 장관이 총동원돼 부산 대구 광주 등 10개 도시를 순회한다.

4대부문 구조조정 작업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는 여론을 어떻게든 다독거려보자는 것이 속내사정이라면 사정이다.

혹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여러가지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장관들을 순회강연회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장관들이 총동원된 이번 순회 설명회가 지역경제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고 우리경제의 경쟁력 향상에 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차분히 앉아 정책을 구상하고 현안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비판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안산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K 사장은 "경제장관들이 온다면 많은 기업인들이 이래저래 강연장에 나가봐야 할텐데 시간만 허비하는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한다.

경제장관들 스스로도 정책을 구상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불평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진 부총리는 많을때는 하루 7∼8건의 공식행사가 있고 국회가 열리면 매일 국회에서 살다시피 한다.

며칠 전에는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출장을 다녀왔다.

더욱이 수많은 경제현안들이 아직 미결상태다.

대우자동차 처리도 그렇지만 현대전자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동아건설 한국부동산신탁 부도로 수많은 서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고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더 조성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조차 나오고 있다.

경제설명회를 열어 청산유수의 언설을 펴고 우리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인가.

경제장관들의 지방 유세를 접하면서 떠올리게 되는 것은 공교롭게도 외환위기 직전에 있었던 강경식 부총리의 전국순회 설명회풍경이다.

그는 지방을 돌며 ''21세기 국가과제''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설명회를 다녔었다.

버스를 타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강현철 경제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