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外風앞 등불' 실감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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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폭풍이 한국증시를 얼마나 할퀴고 갈까. 기자는 12일 아침 한 증권사를 찾았다. 객장에서 만난 투자자는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김모(49)씨.그는 지난 11일 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주말 미국 나스닥지수가 5.35%나 폭락,아무래도 12일 국내 주가도 폭락할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김씨의 주식투자경력은 9년.
외환위기 파장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뒤 아예 주식투자 전업가로 변신했다.
99년 대박을 꿰차기도 했으나 작년에 상당한 돈을 잃어버렸다.
김씨의 고민은 보유자산의 77%를 주식으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밤을 꼬박 새워가며 증권관련 사이트를 뒤져 봤지만 김 씨는 도무지 결론을 내릴수 없었다.
누구는 "무조건 1백% 현금화하라"고 하고,누구는 "하락시 저가매수의 기회로 잡으라"고 조언하고 있으니 말이다.
''진작 주식비중을 줄여 놨으면''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증권사 객장에는 잘 나가지 않던 김씨는 12일 오전 8시가 넘게 무섭게 인근 증권사 객장에 진을 치기로 작정했다.
주식을 팔 것인지,놔둘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다른 투자자의 매매태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전 8시.동시호가가 진행될 때 김씨의 관심은 세가지였다.
다름아닌 △과연 외국인의 태도가 어떨 것인가 △주가 급락시 정부의 대책이 나올 것인가 △다른 투자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였다.
아울러 시초가가 어떻게 형성될지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오전 9시.시가가 나타났다.
종합주가지수는 554.36.코스닥지수는 73.97.김씨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주말보다 11.4포인트 하락한채 출발했다.
외국인도 오전 9시30분현재 71억원을 순매도,매도규모가 예상보다 작았다.
대신 투신사와 연기금이 기대대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어 손절매를 하지 않고 버텨볼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웬걸.장초반 종합주가지수가 556.84로 올라서는등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는가 싶더니 온갖 악재가 전해져왔다.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환율이 9시40분 1백20엔대를 넘어서면서 원화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행히 금리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옆에 앉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단타를 한다는 박 모씨는 "오늘 장은 없다"며 모든 주식을 팔고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장기투자자라는 정 모씨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아 절반정도를 팔아 치웠다"고 귀띔해 줬다.
이에 대해 다른 한 투자자가 "외환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 540밑으로 떨어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며 "이 시점에서 손절매는 금물"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는 사이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강화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때 상승세를 보이던 나스닥선물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서 하락폭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오전 11시 40분.기대했던 정부의 의지가 전해졌다.
진념 부총리가 "현대전자가 외국사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으며 현대투신의 외자유치도 진행중"이라고 발언했다.
정부가 장을 떠받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래서 김씨는 버티기로 했다.
그러나 김씨의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후 2시9분이 되자 선물가격의 급락세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설상가상으로 오후 2시20분이 되면서 외국인의 순매도규모가 1천억원(거래소 코스닥포함)을 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일부 투매에 가담하는 사람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결국 김씨는 하루종일 매매 한번 하지 못한채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이날 종가가 최저가였다는 사실을 확인한채 객장을 나섰다.
그의 머리속엔 이런 생각이 스쳤다.
''당분간 장은 힘들겠구나''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지난주말 미국 나스닥지수가 5.35%나 폭락,아무래도 12일 국내 주가도 폭락할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김씨의 주식투자경력은 9년.
외환위기 파장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뒤 아예 주식투자 전업가로 변신했다.
99년 대박을 꿰차기도 했으나 작년에 상당한 돈을 잃어버렸다.
김씨의 고민은 보유자산의 77%를 주식으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밤을 꼬박 새워가며 증권관련 사이트를 뒤져 봤지만 김 씨는 도무지 결론을 내릴수 없었다.
누구는 "무조건 1백% 현금화하라"고 하고,누구는 "하락시 저가매수의 기회로 잡으라"고 조언하고 있으니 말이다.
''진작 주식비중을 줄여 놨으면''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증권사 객장에는 잘 나가지 않던 김씨는 12일 오전 8시가 넘게 무섭게 인근 증권사 객장에 진을 치기로 작정했다.
주식을 팔 것인지,놔둘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다른 투자자의 매매태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전 8시.동시호가가 진행될 때 김씨의 관심은 세가지였다.
다름아닌 △과연 외국인의 태도가 어떨 것인가 △주가 급락시 정부의 대책이 나올 것인가 △다른 투자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였다.
아울러 시초가가 어떻게 형성될지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오전 9시.시가가 나타났다.
종합주가지수는 554.36.코스닥지수는 73.97.김씨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주말보다 11.4포인트 하락한채 출발했다.
외국인도 오전 9시30분현재 71억원을 순매도,매도규모가 예상보다 작았다.
대신 투신사와 연기금이 기대대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어 손절매를 하지 않고 버텨볼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웬걸.장초반 종합주가지수가 556.84로 올라서는등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는가 싶더니 온갖 악재가 전해져왔다.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환율이 9시40분 1백20엔대를 넘어서면서 원화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행히 금리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옆에 앉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단타를 한다는 박 모씨는 "오늘 장은 없다"며 모든 주식을 팔고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장기투자자라는 정 모씨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아 절반정도를 팔아 치웠다"고 귀띔해 줬다.
이에 대해 다른 한 투자자가 "외환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 540밑으로 떨어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며 "이 시점에서 손절매는 금물"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는 사이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강화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때 상승세를 보이던 나스닥선물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서 하락폭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오전 11시 40분.기대했던 정부의 의지가 전해졌다.
진념 부총리가 "현대전자가 외국사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으며 현대투신의 외자유치도 진행중"이라고 발언했다.
정부가 장을 떠받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래서 김씨는 버티기로 했다.
그러나 김씨의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후 2시9분이 되자 선물가격의 급락세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설상가상으로 오후 2시20분이 되면서 외국인의 순매도규모가 1천억원(거래소 코스닥포함)을 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일부 투매에 가담하는 사람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결국 김씨는 하루종일 매매 한번 하지 못한채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이날 종가가 최저가였다는 사실을 확인한채 객장을 나섰다.
그의 머리속엔 이런 생각이 스쳤다.
''당분간 장은 힘들겠구나''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