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에 공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주가의 동반 폭락세로 세계 증시는 이미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졌다.

신경제와 구경제, 업종과 기업, 우량주와 비우량주, 경기민감주와 방어주 사이엔 그 어떤 경계선도 없다.

무차별 하락이었다.

전망도 밝지 않다.

반등보다는 추가 하락을 점치는 시각이 더 강하다.

이 때문에 하반기 세계경제 회복 기대도 약해졌다.

증시침체-)기업투자 축소및 소비 위축->경기둔화 가속화라는 불길한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미 증시의 "블러디 먼데이(피의 월요일)"는 세계경제 장기불황의 전주곡일지 모른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 원인과 전망 =세계적인 첨단기술 업체들의 잇따른 실적악화 발표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 인텔 모토로라 시티그룹 야후, 유럽의 에릭슨, 일본의 히타치 등 증시를 선도하는 첨단기술 업체들이 하나같이 실적 악화를 경고하고 있다.

안개 속의 미국, 10년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 둔화 기미가 감지되고 있는 유럽 등 내리막길에 들어선 세계 경제는 증시를 짓누르는 근본적 요인이다.

미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실망감 역시 주가 하락을 재촉했다.

이달초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도 매수 세력을 약화시켰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이번 주가폭락세가 일시적 현상인가, 장기 추세하락의 예고편인가다.

불행히도 회복 전망보다는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모건스탠리딘위터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로치는 "경기 둔화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중"이라며 주가 하락세가 좀더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HSBC은행의 수석 연구원인 로빈 그리피스는 "기업실적 등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며 하락 증시가 1~2개월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나스닥지수의 경우 5백포인트 더 밀려 1,500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나스닥시장의 거품을 거론했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주가하락 행진이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시공황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기 회복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소수 의견이다.

이번주를 고비로 기업들의 실적악화 발표가 거의 마무리되는 데다 내주초(20일) FRB가 금리를 대폭 내릴 가능성도 있어 나스닥지수가 1,900선을 저점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게 소수파의 낙관론이다.

이때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다시 1만3천엔선으로 회복될 수 있다.

◇ 짙어진 불황 그림자 =세계 경제의 앞날이 더 어두워졌다.

경기회복 기대는 약해지고 침체 우려는 깊어졌다.

미 금융기관 팬애고라에셋의 수석 투자분석가인 에드거 피터스는 "첨단 기술의 붕괴로 신경제가 사실상 끝난 것 같다"며 미 경제는 빨라야 올 연말쯤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초(7~9월) 회복 기대는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 경기회복 지연은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과 일본 및 유럽 경제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GDP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고 세계 수출상품의 4분의 1 가량을 소화해내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세계 경제의 회복은 어렵다.

디플레(소비부진 하의 물가 하락)에 빠져 있는 일본 경제의 조기 회복도 현재로서는 난망하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편인 유럽 경제도 미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GDP 대비 수출비중이 25%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 경제는 미 경기침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