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 주택할부금융사가 고객과 사전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대출금리를 크게 올린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을 우선고려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할부금융사들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대부분 주택할부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업계 일각에선 주택할부금융업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30여개 할부금융사 가운데 주택할부대출을 주로 하는 18개 중·소형 할부금융사들이 이번 판결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할부금융사를 상대로 금리 인상분을 되돌려달라며 제기된 1백여건의 관련 소송도 이들 업체에 집중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사한 소송에 휘말려있는 주택할부사 대부분이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2∼3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신규 대출 등 영업을 중단한 채 기존에 나가있는 대출분을 회수하는 업무만 하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대상인 성원주택할부금융의 경우도 이미 부도가 난 상태여서 보상받을 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박승수 부장은 "대기업 계열의 대형 할부금융사들은 IMF 구제금융 이후 고금리 문제가 불거지자 고객에게 인상분을 되돌려주는 등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그러나 중·소형 주택할부사들은 이같은 요구에 응해줄 여유가 없어 지금까지 끌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할부사마다 약정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고 금리인상과 관련해 고객과 추가약정을 맺은 경우도 있어 이번 판결이 모든 할부사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판결이 주택할부금융업 기반자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은행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신력과 영업력을 앞세워 주택자금대출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부분 주택할부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주택할부사 관계자는 "은행 보험 등 타 금융권의 공세로 주택할부사의 입지가 극히 좁아진 마당에 금리인상이 부당하다는 판결까지 나와 중·소형 업체 중심으로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