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폭락은 지난 1920년대 말 ''버블 붕괴→대공황''의 악몽을 재현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지난 90년대 초반 이후 미국 경제가 초장기 호황과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보여온 끝에 큰 폭으로 되떨어지고 있는 양상이 20년대와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20년대와 90년대의 주요 경제지표가 유사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22∼29년 사이에 미국의 GDP(국내총생산)와 산업생산은 각각 41%와 50%씩 성장했다.

1992∼99년에도 GDP 및 산업생산지수 성장률이 각각 47%와 37%를 기록하는 고도성장을 과시했다.

이 두 시기는 특히 물가가 매우 안정됐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22∼29년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단 2% 오르는데 그쳤고 92∼99년 사이에도 19% 상승에 머물렀다.

이는 주식붐으로 이어져 22∼29년 사이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주가지수는 3백30%나 치솟았다.

92∼99년에도 2백55%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주가의 단기 급등이 증시 과대평가라는 시비를 낳고 신경제 효과에 대한 검증 분위기 속에서 급속한 ''거품 붕괴''를 겪게 되는 점에서도 두 시기는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20년대 대공황은 당시 무조건적인 긴축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정책 실패''가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신축적인 통화정책 등 경기 순응적 처방을 내놓고 있는 요즘과 뚜렷이 구별된다고 지적한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