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과 SK텔레콤 등 유ㆍ무선 통신업체들이 4월 1일부터 발신번호 표시(CID:Caller Identity Delivery)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5월부터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업체에 따라 일부는 신청자에 한해,일부는 가입자 전체에게 한달동안 어떤 식인지 알려준 다음 희망자에게 서비스한다는 발표다.

발신번호 표시는 음란 폭력 협박 전화나 장난 전화로 인한 수신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이다.

1988년 미국 AT&T사가 도입했으며 미국에선 일반가정의 30% 정도가 가입했다고 한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등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활용하고 일본에서도 98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조금만 마음에 안들거나 자기의견과 다르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관련기관이나 업체에 전화해 다짜고짜 욕을 해대는게 우리 실정인데다 인터넷 확산 등으로 개인정보가 알게 모르게 공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상품판촉및 장난 전화 또한 급증한 까닭이다.

실제 한창 바쁜 근무시간에 텔레마케팅이나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 오는가 하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스토킹을 당하는 수도 있다.

한국통신에 발신번호 확인 의뢰가 연간 13만∼14만건에 이르고 이동전화 사용자들의 발신자 추적신청 또한 매년 1천% 가까이 증가한다는건 문제의 심각성을 전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이 서비스가 실시되면 반가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서비스를 신청하고 액정화면이 달린 전화기를 이용하면 통화중이나 부재중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를 아는건 물론 문자메시지나 금융거래 정보검색 등도 가능해지리라 한다.

덕분에 무선전화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해온 유선통신기기 시장에도 숨통이 다소 트이리라는 보도다.

몰지각한 반말짓거리나 무작위로 추출해 거는 판촉전화, 한밤중의 장난전화를 받으면 괘씸하고 불안한 마음에 발신자를 찾아 혼쭐을 내고 싶지만 살다보면 전화로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필요하다 싶지만 앞으론 마음놓고 전화 한통 못하게 됐다.

갈수록 겁나고 재미없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