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키고 꼬이고 되꼬인다.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다 했더니 뛰던놈이 이내 나는놈 위로 올라서기 일쑤다.

"영국의 타란티노"로 불리는 가이 리치 감독의 코믹 갱스터 영화 "스내치"(원제 Snatch.17일 개봉)는 자칫 이야기의 뒤죽박죽처럼 보인다.

무대는 런던.네손가락 프랭키 일당이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친다.

전직 KGB라는 러시아 무기거래상이 그것을 다시 훔치려 든다.

영악한 흑인 장물아비들이 얼결에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무허가 도박 권투로 돈을 벌고 있는 마피아 두목 브릭 탑에게 걸리고 만다.

얼뜨기 무허가 권투 프로모터 터키쉬와 토미는 집시를 브릭 탑이 운영하는 도박권투에 내세웠다가 사건에 얽혀든다.

난데없이 등장한 개한마리도 소동에 한몫을 한다.

영국인,미국인,아일랜드 집시,유태인,러시아인,흑인...

갖은 국적,갖은 인종으로 구성된 네다섯 패거리에 곁다리 갱들까지 더해 십수명의 등장인물들은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엎치락 뒤치락 각축전을 벌인다.

사건을 따라잡기에도 정신없다.

고속-저속-정지-리와인드-화면분할처럼 보기에도 현란한 편집기교는 기본적으로 빠른 장면전환의 체감속도를 더욱 높인다.

그런데 절묘하다.

제멋대로 뻗어가는듯한 이야기 가지들을 따라가다보면 한치의 오차 없는 질서가 잡혀간다.

난장판으로 치달을 듯한 갖가지 사건들은 딱 떨어지는,전혀 예상밖의 그림으로 맞춰진다.

지적이고 유쾌한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재미에 연기파 연기자들의 매력적인 연기를 보는 즐거움도 만만찮다.

세계 최고 미남이라는 브래드 피트가 알아듣기 힘든 집시 영어를 구사해 가며 건들대는 양아치 연기는 매혹적이고 "유주얼 서스펙트""트래픽"에서 주목받은 베니치오 델 토로(프랭키역)도 인상적이다.

가이 리치 감독의 두번째 영화인 "스내치"인 사실 데뷔작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대단히 유사하다.

캐릭터나 스타일이나 진행이나 모든 것이 닮은 꼴이다.

하지만 "자기복제"라는 혐의는 벗을 수 없더라도 번득이는 위트와 만발하는 재기는 여전히 즐겁다.

인생은 복불복이라는,엉뚱한 결말도 역시 유쾌하다.

감독의 부인인 마돈나를 비롯한 유수 뮤지션들이 뷔페처럼 펼쳐놓는 R&B,테크노,팝 모던록의 향연도 흥겹다.

"스내치"는 한바탕,강탈,날치기등의 뜻.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