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날들에 바치는 비가(悲歌).

개봉전부터 ''대박'' 소문이 도는 "친구"는 곽경택 감독(35)자신의 이야기다.

"친구끼리 칼을 겨눈 비극보다는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담고 싶었습니다. 지나간 세월,그속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랄까요"

국민학교때부터 친구로 지내온 네 남자들의 우정과 갈등,배신과 화해.소설보다 극적인 스토리는 80%이상이 실제다.

여자친구 이야기를 만들어 넣거나 시간순서를 뒤바꾸는 사소한 "극화"를 빼곤 감독이 기억을 펼쳐 복원해낸 "진짜"다.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은 화면속에는 에피소드와 캐릭터가 살아 움직일듯 생생하고 갈피갈피마다 그리움이 녹진히 녹아든다.

"벌거벗겨진 느낌"이라는 곽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뭘까.

"한번쯤은 꼭 친했던 친구와 내 관계를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친구란게 도대체 뭔지,서로 처지를 부러워하던,둘사이의 관계를 말이죠"

기획은 2년전.뉴욕대 영화과 출신으로 유학파 신진 감독이라 조명받으며 만들었던 데뷔작 "억수탕"에 이어 "닥터K"까지 흥행의 "쓴맛"을 본 후 의기소침해 있던 시절이었다.

"누군가 내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했어요. 세월이 좀더 지난후에 하고도 싶었지만 더이상 영화를 못할 지도 모른다는,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분으로 작품에 들어가게 됐지요"

아직도 복역중인 그 "친구"에겐 먼저 시나리오 초고를 보여줬다.

친구는 자신의 심정이나 속깊은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최근엔 "네 영화를 위해선 나를 어떻게 팔아도 좋다"는 편지를 보내와 감독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곽 감독은 ""금마"가 영화를 보면 아파하기보다 지난날을 떠올리며 흐뭇해할 것 같다"며 "제작중에 영화가 엎어질 뻔했던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유오성씨를 비롯한 출연진 덕분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부산토박이인 곽 감독의 작품들은 모두 "부산"이 배경.그는 "전작들의 경우 주변 여건때문에 부산에서 찍었던 것"이라며 "친구만큼은 투박하고 강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물신한 부산사투리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차기작으로는 역시 사람냄새 물씬 나는 휴먼 드라마를 준비중이다.

촬영지가 어디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