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바빌론 부자, 서울 부자 .. 김병주 <서강대 경제학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병주 < 서강대 경제학 교수.국제대학원장 >
유프라테스강변의 건조한 계곡 평지에 바빌론이 위치해 있었다.
약 8천년 전부터 수메르 사람들이 건축하기 시작한 이 도시 성곽은 한때 총길이 약 17㎞, 높이 18~30m에 이르고, 그 성곽위 둘레는 여섯마리 말이 이끄는 전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한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세계 7대 기적의 하나로 손꼽았다.
서양역사학의 시조라 부르는 그리스 사람 헤로도투스(기원전 5세기)는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가 방문했을 때 바빌론은 아직 융성한 도시였다고 한다.
그러나 페르시아 왕 사이러스에 패전을 계기로 도시의 위세가 꺾이고 점차 쇠퇴해 갔다.
오늘날에는 흐트러진 벽돌 무더기들이 옛 영화의 초라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바빌론은 이렇다 할 숲이나 광산도 없고, 석재공급마저 여의치 않아 입지조건이 나빴다.
게다가 강우량도 농사짓기에 부족했을 뿐 아니라 상인들이 자주 다니는 교통요지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 어찌하여 부귀영화의 전설로 가득한 도시, 그래서 성경에서 사악한 풍속의 도시로 불리게 된 바빌론이 자리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을 배경으로 조지 그래슨의 ''바빌론의 으뜸 부자''(1926년 초판)가 쓰여졌다.
얘기인즉 현명한 군왕이 있는 곳에 검소 질박한 살림살이로 가난에서 벗어나 거부가 된 사람들이 모여 모여 전설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의 발굴얘기로 흥미를 돋운다.
바빌론 당시에는 말린 진흙판을 종이 대용으로 사용했었는데, 폐허를 뒤지던 발굴팀이 우연히 진귀한 진흙판 몇개를 찾아냈다.
음각된 쐐기모양의 고대문자를 해독해 보니 바빌론 번영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지혜와 짜임새있는 경제생활에 있었다는 얘기다.
바빌론의 갑부가 자손에게 교훈으로 물리려 진흙판에 새긴 ''황금의 5대 법칙''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제1법칙:수입의 1할 이상을 장래를 위해 저축하는 사람에게는 황금이 웃으며 찾아온다.
제2법칙:수익성 높은 투자기회를 잡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황금은 부지런히 일한다.
제3법칙:투자산업을 전문가에게 맡길 줄 아는 주인에게는 황금이 매달려 머문다.
제4법칙:자기가 모르는 사업에 손대거나 전문경영을 무시하는 사람으로부터 황금은 슬금슬금 떠난다.
제5법칙:낭만적 투자의욕에 취해 무리한 사업을 감행하거나 남의 감언이설에 현혹되는 사람에게는 황금이 줄행랑친다.
이런 법칙이 세금을 알맞게 걷고, 외침을 막고, 법질서를 지켜 주는 현명한 군주의 보호아래 유효했음은 물론이다.
추리소설처럼 꾸민 얘기지만 그럴싸하다.
서울에도 그런 갑부가 있는가.
지난 세기 후반 후진국 바닥권에서 개도국 선두주자로 급속히 발돋움한 한국도 부존자원이 넉넉지 못하다.
고도성장에는 근면한 노동, 근검 절약한 가계, 강압적이었지만 그런대로 제도합리화에 힘쓴 정부도 기여했지만, 무엇보다 근면하고 창의적인 기업인이 돋보였다.
그들이 굵직굵직한 갑부들로 자라 재벌그룹을 이루었다.
그러나 재벌의 수명은 너무나 짧았다.
잘 나가는 듯하던 재벌기업들이 기우뚱 무너지는 굉음이 들리고, 나라살림의 앞날을 걱정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한참 뜰 때 ''김우중 자서전''은 서울의 지가를 올리는 베스트셀러였다.
오래전 인도 여행길에 시골거리 책방에서도 그 책이 엿보였다.
그 영문 제목이 ''모든 길은 황금으로 포장됐다''였다.
그 황금은 어디로 가고 자신은 어디에 은신하고 있는가.
대우 붕괴 이후 부실징후 짙은 기업들도 예외없이 바빌론 황금법칙을 위반한 탓이다.
수입흐름이 총비용은 고사하고 금융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사업을 허황되게 거창한 의욕만으로 급히 밀어붙이고, 전문경영인의 신중한 의사결정을 무시하는 등 돈이 외면할 일을 저질렀다.
오늘날 서울의 갑부들이 천년 뒤 후세를 위해 교훈을 타임캡슐에 담는다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아니 바로 다음 세대 자녀들에게 어떤 교훈을 언행으로 보여주고 있는가.
바빌론 갑부보다 나은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장사의 명인들이 번성하던 바빌론이 기원전 3세기에 멸망한 것은 국방을 소홀히 하고, 민간의 기업의욕을 꺾은 탓이었다.
21세기 초 서울이 기억할 일이다.
pjkim@ccs.sogang.ac.kr
유프라테스강변의 건조한 계곡 평지에 바빌론이 위치해 있었다.
약 8천년 전부터 수메르 사람들이 건축하기 시작한 이 도시 성곽은 한때 총길이 약 17㎞, 높이 18~30m에 이르고, 그 성곽위 둘레는 여섯마리 말이 이끄는 전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한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세계 7대 기적의 하나로 손꼽았다.
서양역사학의 시조라 부르는 그리스 사람 헤로도투스(기원전 5세기)는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가 방문했을 때 바빌론은 아직 융성한 도시였다고 한다.
그러나 페르시아 왕 사이러스에 패전을 계기로 도시의 위세가 꺾이고 점차 쇠퇴해 갔다.
오늘날에는 흐트러진 벽돌 무더기들이 옛 영화의 초라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바빌론은 이렇다 할 숲이나 광산도 없고, 석재공급마저 여의치 않아 입지조건이 나빴다.
게다가 강우량도 농사짓기에 부족했을 뿐 아니라 상인들이 자주 다니는 교통요지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 어찌하여 부귀영화의 전설로 가득한 도시, 그래서 성경에서 사악한 풍속의 도시로 불리게 된 바빌론이 자리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을 배경으로 조지 그래슨의 ''바빌론의 으뜸 부자''(1926년 초판)가 쓰여졌다.
얘기인즉 현명한 군왕이 있는 곳에 검소 질박한 살림살이로 가난에서 벗어나 거부가 된 사람들이 모여 모여 전설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의 발굴얘기로 흥미를 돋운다.
바빌론 당시에는 말린 진흙판을 종이 대용으로 사용했었는데, 폐허를 뒤지던 발굴팀이 우연히 진귀한 진흙판 몇개를 찾아냈다.
음각된 쐐기모양의 고대문자를 해독해 보니 바빌론 번영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지혜와 짜임새있는 경제생활에 있었다는 얘기다.
바빌론의 갑부가 자손에게 교훈으로 물리려 진흙판에 새긴 ''황금의 5대 법칙''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제1법칙:수입의 1할 이상을 장래를 위해 저축하는 사람에게는 황금이 웃으며 찾아온다.
제2법칙:수익성 높은 투자기회를 잡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황금은 부지런히 일한다.
제3법칙:투자산업을 전문가에게 맡길 줄 아는 주인에게는 황금이 매달려 머문다.
제4법칙:자기가 모르는 사업에 손대거나 전문경영을 무시하는 사람으로부터 황금은 슬금슬금 떠난다.
제5법칙:낭만적 투자의욕에 취해 무리한 사업을 감행하거나 남의 감언이설에 현혹되는 사람에게는 황금이 줄행랑친다.
이런 법칙이 세금을 알맞게 걷고, 외침을 막고, 법질서를 지켜 주는 현명한 군주의 보호아래 유효했음은 물론이다.
추리소설처럼 꾸민 얘기지만 그럴싸하다.
서울에도 그런 갑부가 있는가.
지난 세기 후반 후진국 바닥권에서 개도국 선두주자로 급속히 발돋움한 한국도 부존자원이 넉넉지 못하다.
고도성장에는 근면한 노동, 근검 절약한 가계, 강압적이었지만 그런대로 제도합리화에 힘쓴 정부도 기여했지만, 무엇보다 근면하고 창의적인 기업인이 돋보였다.
그들이 굵직굵직한 갑부들로 자라 재벌그룹을 이루었다.
그러나 재벌의 수명은 너무나 짧았다.
잘 나가는 듯하던 재벌기업들이 기우뚱 무너지는 굉음이 들리고, 나라살림의 앞날을 걱정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한참 뜰 때 ''김우중 자서전''은 서울의 지가를 올리는 베스트셀러였다.
오래전 인도 여행길에 시골거리 책방에서도 그 책이 엿보였다.
그 영문 제목이 ''모든 길은 황금으로 포장됐다''였다.
그 황금은 어디로 가고 자신은 어디에 은신하고 있는가.
대우 붕괴 이후 부실징후 짙은 기업들도 예외없이 바빌론 황금법칙을 위반한 탓이다.
수입흐름이 총비용은 고사하고 금융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사업을 허황되게 거창한 의욕만으로 급히 밀어붙이고, 전문경영인의 신중한 의사결정을 무시하는 등 돈이 외면할 일을 저질렀다.
오늘날 서울의 갑부들이 천년 뒤 후세를 위해 교훈을 타임캡슐에 담는다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아니 바로 다음 세대 자녀들에게 어떤 교훈을 언행으로 보여주고 있는가.
바빌론 갑부보다 나은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장사의 명인들이 번성하던 바빌론이 기원전 3세기에 멸망한 것은 국방을 소홀히 하고, 민간의 기업의욕을 꺾은 탓이었다.
21세기 초 서울이 기억할 일이다.
pjkim@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