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경영자총장이 선임되는 것은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

이제는 대학총장이 학식과 덕망보다는 경영수완과 기부금모금 실적으로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이를 가장 앞서 실천하는 대학이 하버드대다.

하버드대는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1636년 설립)이며, 세계에서 제일 높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이다.

이 대학 총장에 로렌스 서머스(46) 전(前) 재무장관이 선출돼 오는 7월 취임한다.

서머스 총장은 학부는 MIT를 다녔지만 박사학위는 하버드대에서 받았다.

이 대학서 교수생활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학교보다 정부쪽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엔 경제자문위의 위원으로 참여했고 세계은행에도 몸담았다.

이어 재무부차관 부장관 장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지난 1월 장관직에서 퇴임한 뒤로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해 왔다.

서머스 총장의 경력에서 보듯 그의 총장발탁은 학문보다는 대학재정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대학명성 못지 않게 부(富)를 쌓아 올리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 닐 루덴스타인 총장은 10년동안 재임하면서 무려 28억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대학재산을 3배이상 늘려 놓았다.

예일대의 경우도 총장자격의 기본요건으로 재원조달을 위한 대외교섭능력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도 90년대 들어 경영자총장의 바람이 불었었다.

연세대의 송자 총장이 대학경영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송 총장은 전문경영을 강조하면서 정부 기업체 동창들을 밤낮으로 찾아다니며 재정확충에 앞장섰다.

여러 대학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홍익대 이면영 총장은 비서를 없애고 손수 소형승용차를 몰아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서강대 박홍 총장은 방학때면 지방을 다니며 기부금을 모았다.

모두가 기업가로 자처한 셈이다.

지금 우리 대학들은 취약한 재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등록금에만 의존하다 보니 그럴만도 하다.

미국처럼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왠지 돈을 걷는 일은 점잖지 못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깊이 깔려서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