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합병본계약을 맺기도 전에 합병은행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 국민은행장이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오는 것이 관례"라고 발언,국민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은행의 대주주인 골드만삭스까지 김 국민은행장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은 한마디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합병 당사자로서 개인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김 국민은행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자산이나 자본규모가 더 크긴 하지만 이것이 합병은행장을 선출하는 유일한 기준은 못된다"며 "최고경영자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양측 주주들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 주택은행장이 은행 최고경영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당초 주택은행은 합병은행장을 조기 선정하자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두 은행간의 갈등 조짐으로 합병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합병추진위원회는 합병본계약을 맺는 3월말까지 행장선임 등의 문제를 가급적 뒤로 미루기로 한 상태다.

합병은행장은 합병계약을 맺은 뒤 합병추진위원회나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선정작업을 거쳐 선출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최범수 합병추진위원회 대변인은 이와 관련, "국민은행측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도 "합병은행장을 선정하는 문제는 적절한 시점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