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심한 코스닥 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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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여러 주주총회에 다녀봤지만 회의록조차 없는 주총은 처음 본다.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지난 15일 여의도 기협중앙회에서 열린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인터링크시스템의 주총장.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는 여든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경영진들의 무성의를 날카롭게 꼬집어 나갔다.
"코스닥에 등록한지 3년이 넘은 회사가 주가관련 지표와 요약 손익계산서도 안넣은 주총 자료를 내놓을 수 있느냐"
"도대체 감사인이 회의장에 나오지 않고 주주명부도 없는 주총이 말이 되느냐"
경영진을 매섭게 몰아붙이던 노년의 주주는 잠시 숨을 돌린 뒤 "지금 얘기한 것 모두 속기록에 남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못미더운듯 그 말이 채 입에서 떠나기도 전에 "그런데 지금 회의 발언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요.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경영진의 맥없는 대답에 주주는 도저히 못믿겠다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는 "충실한 자료를 만들어 주총을 다시 열어달라"며 자리를 떠났다.
''주주퇴장''
그러나 한 명의 주인공이 회의장을 떠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는 계속됐다.
그리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경영진의 틀에 박힌 맺음말과 함께 ''무늬만 주총''은 힘없이 막을 내렸다.
그 시간 회의장 밖에는 울분을 억누르지 못한 주주가 그동안 정리해온 이 기업의 실적을 기자에게 보여 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자료는 회사측 주총자료보다 훨씬 알찼다.
회사측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쩔 수 없지.우리가 화내는 것 말고 무슨 힘이 있겠어"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주총은 각 기업이 1년농사의 결과를 주인들에게 알리는 자리다.
따라서 경영진은 그동안의 실적과 업무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주주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
찾아온 주인들에게 희망을 주기는 커녕 무성의와 불성실한 태도로 그들을 내쫓는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미리 벤처중기부 기자 miri@hankyung.com
지난 15일 여의도 기협중앙회에서 열린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인터링크시스템의 주총장.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는 여든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경영진들의 무성의를 날카롭게 꼬집어 나갔다.
"코스닥에 등록한지 3년이 넘은 회사가 주가관련 지표와 요약 손익계산서도 안넣은 주총 자료를 내놓을 수 있느냐"
"도대체 감사인이 회의장에 나오지 않고 주주명부도 없는 주총이 말이 되느냐"
경영진을 매섭게 몰아붙이던 노년의 주주는 잠시 숨을 돌린 뒤 "지금 얘기한 것 모두 속기록에 남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못미더운듯 그 말이 채 입에서 떠나기도 전에 "그런데 지금 회의 발언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요.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경영진의 맥없는 대답에 주주는 도저히 못믿겠다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는 "충실한 자료를 만들어 주총을 다시 열어달라"며 자리를 떠났다.
''주주퇴장''
그러나 한 명의 주인공이 회의장을 떠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는 계속됐다.
그리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경영진의 틀에 박힌 맺음말과 함께 ''무늬만 주총''은 힘없이 막을 내렸다.
그 시간 회의장 밖에는 울분을 억누르지 못한 주주가 그동안 정리해온 이 기업의 실적을 기자에게 보여 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자료는 회사측 주총자료보다 훨씬 알찼다.
회사측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쩔 수 없지.우리가 화내는 것 말고 무슨 힘이 있겠어"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주총은 각 기업이 1년농사의 결과를 주인들에게 알리는 자리다.
따라서 경영진은 그동안의 실적과 업무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주주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
찾아온 주인들에게 희망을 주기는 커녕 무성의와 불성실한 태도로 그들을 내쫓는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미리 벤처중기부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