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바둑은 싫다''

일본의 ''무서운 신예'' 야마시타 게이고(22) 7단이 화끈한 세력바둑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기성(碁聖)과 신인왕 등 일본 내 2개 타이틀을 보유 중인 야마시타는 실리에 연연하지 않고 호방한 대세력작전을 펼치는 기사로 유명하다.

우주류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다케미야 마사키 9단 이후 오랜만에 보는 세력바둑이라 바둑팬들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레인보우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2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10국은 야마시타가 왜 인기를 끄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상대는 제4회 잉씨배 준우승자로 3연승에 도전하는 중국의 창하오 9단.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야마시타지만 중국랭킹 1,2위를 다투는 창하오에게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국 전 프로기사들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흑을 쥔 야마시타는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완력으로 창 9단의 대마를 몰아붙이며 불과 1백73수만에 통쾌한 불계승을 거두었다.

''두 집 내고 살면 진다''는 바둑격언이 실감나는 한 판이었다.

초반 상변 전투에서 흑에게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창 9단의 백말은 이곳 저곳 비참하게 쫓겨다니며 겨우 두 눈을 내고 살기에 급급했다.

이 대국을 지켜본 임선근 9단은 "1백73수에서 백이 돌을 거두었지만 사실상 70여수 언저리에서 승부가 끝난 대국이었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