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여자는 들쑤석거리면 꺼져 버린다"는 말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여자는 불씨를 다루듯 소중히 여겨야 하며 함부로 들쑤석거릴 일이 아니다.

꺼져버린 불씨를 쑤석거린다고 불이 다시 활활 타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성교곤란증은 꺼져 버린 불씨와 같다.

성교곤란증은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을 수 없는 탓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혼한 우리나라 여성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교에서 육체적.정신적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31%나 되며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는 10%정도 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여성의 불씨를 꺼뜨리는가.

일반적으로 여성의 성적 장애를 불감증이라 표현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성욕 장애, 성흥분 장애, 오르가슴 장애, 성교시 통증 등으로 세분할수 있다.

원인은 주로 정신적.상황적 요소가 많다.

어렸을때 강간 윤간과 같은 좋지 않은 성적 경험으로 인해 성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거나, 부모와 같은 방을 써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이 쓰여 스스로 성적 반응을 억제하며 살아온 경우 등이 그렇다.

하지만 한국 여성의 불감증은 남성중심적인 성교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여성의 성반응은 고려하지 않고 남성이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성교를 하는 경우 여성은 성교시 통증으로 고통받을 수 있고 오르가슴보다 불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기의 크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남성들이 질에 비해 큰 이물질을 음경에 삽입함으로서 여성의 불씨는 지펴지기도 전에 꺼져 버린다.

또 유교적 분위기는 남편에게 자신의 성적 문제를 말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아내와 아내의 성문제에는 관심도 없고 오히려 아내의 성을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판단하는 남편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3박자를 이루며 여성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다.

성은 남녀 모두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다.

성을 즐기는 것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따라서 감춰야 할 어떤 것도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혹 꺼진 불씨를 운명처럼 순응하고 받아들이려고만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여성도 남성에게 문제를 상의하고 보다 적극적인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남성은 여성의 불씨를 자근자근 지피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부부가 함께 작고 가녀린 불씨를 크게 활활 타오르는 불꽃으로 만들어 보자.

홍영재 산부인과 원장 HYJ8888@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