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수만여명이 미국 LA 컨벤션센터에 몰려 들었다.

세계적인 규모의 인터넷전시회인 "춘계 인터넷월드" 개막연설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의 주인공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경매업체인 e베이의 최고경영자(CEO) 멕 휘트먼(43).

닷컴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들썩들썩하던 1년전과 비교한다면 차분하기 그지없는 청중을 상대로 당당하게 선언했다.

"인터넷은 죽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최고의 날들은 미래에 있습니다"

상투적인 얘기지만 청중이 가장 듣기 원하던 말이었다.

닷컴몰락현상이 심화되고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닷컴종사자들인 그들은 희망을 얻기를 바랐다.

그리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적임자로 휘트먼 이상의 인물은 없었다.

휘트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닷컴CEO다.

초기에는 창립자이자 회장인 피에르 오미디야르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이젠 모두 휘트먼을 바라보고 있다.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을 나온 휘트먼은 e베이에 입성하기 전까지 "구경제" 세계에서 착착 경력을 쌓아 왔다.

월트 디즈니 마케팅 담당 부사장, 신발제조업체 스트라이드라이트,화초 재배회사 FDT 사장을 거쳐 장난감 업체 하스브로의 아동사업 부분 총책을 지냈다.

그러나 지난 98년 3월 휘트먼이 e베이 CEO로 취임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붙임성있는 이웃집 아주머니"같은 이미지에다 "올드 비즈니스"에서만 종사해온 사람이 급변하는 첨단 비즈니스분야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e베이 근무 첫날에 사이트가 8시간 동안 멈춰 섰다.

기술분야에 지식이 전혀 없던 휘트먼은 당황하지 않고 기초부터 배워가며 사이트 안정화를 서둘렀다.

"고객들이 신뢰를 갖고 상품을 사고 파는게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거래 내역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총기 거래를 금지하고 미성년자 출입금지 코너를 신설, 네티즌들의 신뢰를 쌓아 갔다.

e베이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주도하고 닷컴업체로는 보기드문 "탄탄한 흑자기업"으로 정착시켰다.

야후 MSN 아마존 등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고 지난해 미국 온라인경매시장의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휘트먼의 눈은 전세계를 향해 있다.

e베이는 올해초 한국 최대의 인터넷경매업체인 옥션을 1억2천만달러의 현금을 주고 인수한데 이어 최근 유럽 인터넷경매업체인 아이바자르를 1억1천2백만달러에 사들였다.

미국시장을 제패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정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야후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닷컴마저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에서 휘트먼이 진두지휘하는 e베이의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