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운용사는 고객들이 맡긴 재산을 운용해 주는 댓가로 받는 수수료를 먹고 산다.

따라서 수탁고가 많을수록 벌어 들이는 이익도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발표한 "투신운용사의 2000사업연도 3.4분기(2000년4~12월)영업실적"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조흥투신이 1백43억원의 이익으로 현대투신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작년말 현재 조흥투신의 수탁고는 5조3천5백88억원이다.

2백30억원의 이익을 낸 현대투신의 17조6천6백6억원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다.

수탁고가 10조원을 넘는 한국 대한 삼성투신은 물론 8조원이 넘는 주은 제일투신도 가볍게 제쳤다.

고사위기에 처한 투신업계에서는 이변이 일어난 셈이다.

조흥투신이 이처럼 투신업계의 이변을 연출할수 있었던 것은 말그대로 "신경영.신사고"덕분이다.

조흥투신의 신경영은 다름이 아니다.

"원칙과 기본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리스크(위험)관리에 최선을 다하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은 물론 대부분 투신운용사가 채택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다른 투신사는 그저 "흉내내기"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타기"와 "신탁재산 편출입"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지난 99년 발생한 대우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생사의 기로에 내몰렸다.

이에비해 조흥투신은 이를 일찌감치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 다르다.

신탁재산의 운용이 법규에 적합한지를 감시하는 컴플라이언스팀이 2명이다.

신탁재산운용의 위험을 관리하는 리스크관리팀도 3명이나 된다.

주식및 채권 운용팀(13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운용역당 리스크관리역 비율이 투신사에서 가장 높다.

그러다보니 신탁재산 운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수 밖에 없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제도적으로도 리스크관리가 체계화돼 있다.

"리스크관리지침"과 "토탈익스포져 관리지침"이 대표적이다.

특히 토털익스포져 관리지침은 조흥투신만의 독특한 준칙이다.

각 그룹별,계열사별 위험성과 성장성을 따져 미리 투자한도를 정해 놓는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도 정해진 한도를 넘어 투자할 수 없다.

위험이 분산되다보니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급락하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투신운용사들이나 펀드평가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벤치마킹을 하기위해 달려들 정도다.

그렇다고 운용수익률이 낮은 것도 아니다.

MMF와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에 관한한 업계 최고를 자랑한다.

금리가 급등했던 지난 2월11일부터 3월10일까지가 대표적이다.

이 기간동안 조흥투신의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4.89%(연환산수익률 기준)나 올라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다른 투신사들이 금리급등(채권값 하락)으로 수익률을 까먹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주가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업계 선두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비결은 다름아닌 철저한 "팀운용"덕분이다.

간판 펀드매니저에게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운용을 맡겨놓는게 아니다.

철저한 팀회의를 통해 주식및 채권의 편입비율을 조정한다.

잦은 매매보다는 중장기적 전망에 의한 전략적 접근 방식의 투자도 주효하다.

이러다보니 각종 연기금이 자금을 맡기는 투신사를 고를때 조흥투신이 항상 첫손가락에 꼽힌다.

작년 10월이후 국민연금 정통부등으로부터 2천8백억원을 받았다.

각 연기금이 서로 조흥투신에 돈을 맡기려한다는 후문이다.

투신사 경영의 새 모델을 설정한 주역은 다름아닌 송승효 사장이라는게 직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송 사장은 지난 99년 5월 취임했다.

취임후 처음 시작한 일이 대우그룹에 대한 여신을 줄이는 일이었다.

감독당국의 "눈치"를 봐가며 20%의 대우여신을 줄였을때인 99년7월 대우사태가 터졌다.

대우사태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송 사장은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투신운용사는 다른 무엇보다 건전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위험관리와 운용을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권 준 조흥투신 리스크관리팀장은 "무리하게 운용수익률 1등을 추구하기 보다는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있는 수익률 유지가 장기적으로 고객의 이해증진및 회사발전에 유익하다는 경영원칙이 조직전체에 스며든 결과"고 자체 평가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