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최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NPC)가 열렸다.

전인대는 2천9백78명의 대의원들이 모인 명목상 중국 최고의 정책결정기구지만 이제까지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일종의 보조기구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상이 변해 중대한 사안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번 전인대도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2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대회에서 주룽지 총리는 2010년까지 중국 경제규모를 지금의 2배인 2조달러 규모로 늘린다고 밝혔다.

샹화이청 재정부장은 2001년도 예산을 적자예산으로 편성하면서 농업과 교육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국방예산을 17.7% 증가시킨다고 발표했다.

탕자쉬안 외교부장은 첨단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고 있는 ''위험한'' 미국에 대해 경고했다.

탕 부장은 이번 국방예산 증가가 대만과 관련있다는 것은 부정하면서도 대만과의 긴장이 미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10년 전 걸프전에서 중국의 방위기술이 얼마나 낙후됐는지 드러나면서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0에 가까운 낮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 가운데 책정된 이번 1백72억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샹 재정부장은 이번 예산편성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제 군사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 1999년 코소보의 유고군에 대한 나토(NATO) 공군의 성공적인 대응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중국이 많은 나라들처럼 실제 편성된 국방예산의 일부만 발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실제 규모는 공개된 것보다 3∼5배쯤 많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새로운 예산의 상당부분이 군인의 봉급인상에 쓰여진다고 밝힌 부분은 수긍이 가는 점이다.

군을 달래는 것은 정치적으로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 2년간 중국 군은 개혁세력에 의해 그동안 관여했던 호텔 통신 등 여러 수익사업들에서 손을 떼야 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통합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은 장쩌민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퇴임에 맞춰 실시되는 내년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사실상 물밑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번에 군 지도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출된 몇 십억달러는 이를 염두에 둔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주 총리는 중국이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 가운데는 국가경제에서의 정부역할 축소와 WTO 가입을 위한 준비도 포함돼 있다.

그는 때때로 국가가 전략적인 운영기능만 가져야 한다는 대담한 발언을 했다.

이러한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합병, 사유화의 새로운 물결을 승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주 총리는 10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을 소개하면서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가 이번에 설정한 목표는 앞으로 5년간 연간 7%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의 평균 8.3% 성장률보다 낮은 수치지만 매우 야심찬 목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중국정부는 올해 추가로 1백80억달러의 채권발행과 아울러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야만 한다.

주 총리는 전인대에서 손실을 보는 국유기업들이 이익을 내게 하겠다는 정책목표도 기본적으로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익의 상당 부분은 기름값 상승으로 인해 상당한 매출을 올린 국유 정유회사로부터 나온 것이며 국유회사의 상당부분이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주 총리에게는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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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실린 ''China''s confident bow''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