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을 맞아 일부 상장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주주와 소액주주연합간의 치열한 경영권 공방전은 말로만 듣던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의 물결이 이제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음을 실감케 한다.

그동안 경영권분쟁의 사례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조광페인트나 대한방직처럼 소액주주들이 소수지분을 규합해 그들만의 주총을 소집하고 이사진을 구성하는 등 집단행동으로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고 있는 경우는 처음있는 일이라 기업들로서는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인주주 75명이 연대해 47.3%의 지분을 확보하고 기업인수에 나선 조광페인트나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의 단상을 점거한 뒤 자신들의 우호인사들로 이사진을 구성한 대한방직 등의 경우는 치밀한 사전준비가 마치 쿠데타나 ''007작전''을 연상시킨다.

이들 외에도 10여개 기업에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주요 주주들이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거나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분쟁에 휘말린 회사들의 경우 대부분 소송으로 결판을 낼 태세지만 우리의 관심은 법리논쟁보다는 적대적 M&A가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금지규정 폐지에 이어 이제 엄연한 현실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점에 모아진다.

적대적 M&A 제도는 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경영권 세습 등에 경종을 울리는 이른바 ''채찍 효과''가 있다.

또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촉진하게 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경영진이 지분확보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주가를 부양시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경영환경의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이번 주총에서 많은 회사들이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감사위원회를 신설키로 하는 등 소액주주들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하겠다.

한편 소액주주들로서는 적대적 M&A가 ''약도 되지만 독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세력 결집이 쉬워졌지만 경영권분쟁에 대해 여론은 아직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어 분쟁기업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

때문에 경영권 공방은 질서있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단상점거나 장외주총과 같은 소란스런 집단적 행동은 적대적 M&A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공격자나 방어자나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하게 법과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주식지분으로 판가름하고 그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