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의료정책 실패의 원인..박성래 <한국외대 과학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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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개혁 노력은 결국 실패로 일단락되고 있다.
빚덩어리 의료 정책을 정부가 어떻게 끌어갈지, 은퇴를 몇년 앞둔 나로서 얼마나 더 많은 의료보험료와 의료비를 부담해야 될지 걱정이다.
우리 주위에는 고치지 않으면 안될 구석이 많은데 정치는 구린내만 피우고 있으니 답답하다.
개혁이란 어려운 일임을 역사는 가르쳐 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세계사에 유명한 개혁 운동이었다.
극렬한 개혁이 추진됐다 하여 ''혁명''이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혁명 주체는 몇년 안에 임금과 부패 귀족들을 목자르기 위해 도입한 단두대에 자기들 목도 올려 놓게 됐다.
우리 역사에도 개혁운동은 여럿 있다.
''4.19''와 ''새마을운동'' 등이 그렇고, 지금 시민단체들의 노력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개혁운동은 사회를 고쳐 나가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급격한 개혁운동은 실패하기 쉽다는 것 또한 역사를 보면 분명해진다.
운동 주체가 내세운 이상이나 목표가 지나치게 ''이상적''일 때 실패했다.
그러면 어떤 경우 지나치게 ''이상적''인가.
예를 들면 사회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너무 넓게 퍼져 있다면, 그 한쪽 끝을 차지하고 있는 개혁 주체들의 가치관이 넓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시작한 개혁은 실패한다.
시간을 끌더라도 가치관의 폭을 좁혀가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즉 여론이 한곳에 모아질 때까지 기다려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광조와 김옥균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임금의 뒷받침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는 일이니 ''쇠뿔도 단김에 빼야''한다며 그들은 개혁의 깃발을 성급히 올렸다.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이 지나치게 글쓰기와 역사 외우기만 강조하는 것이 잘못인 줄이야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높은 도덕적 가치만을 강조하고 그런 사람을 천거해 관직을 주자는 생각은 이상적일 뿐이다.
말하자면 글짓기보다 도덕책을 읽자는게 조광조의 주장인데, 그것은 너무 이상론적이어서 다수의 지지를 모으기 어려웠다.
1884년의 김옥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지식층조차 서양문명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기에 급격한 개화 운동은 의심스럽게 보였을 것이 뻔하다.
개혁 운동의 주체는 도덕적결함이 없어야 한다.
프랑스 혁명의 주도자였던 로베스피엘은 아마 그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듯 혁명에도 실패하고 자신도 죽임을 당했다.
어느 한국사 개론서는''1515년(중종 10) 젊고 깨끗한 조광조가 중용되면서''라고 서술하고 있다.
당시 34세의 조광조(1482∼1519)가 젊은건 사실이지만, 그리 깨끗한 지도자라고 여겨졌을지는 의문이다.
연산군을 내쫓은 쿠데타(中宗反正)로 1506년 갑자기 왕위에 오른 중종은 재위 10년만인 1515년 첫 아들을 얻는다.
그런데 장경(章敬)왕후는 그 아들을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고, 그 자리를 두고 벌어진 각축 속에 조광조는 상소문 하나를 그럴 듯이 올려 임금의 주목을 받고 출세가도에 오른다.
그런 그가 주도한 개혁 가운데에는 어진 사람(賢人)을 무시험으로 천거해 관직을 주는 현량과(賢良科), 도교를 숭상하는 소격서(昭格署)의 폐지, 향약(鄕約)과 도덕 교육의 보급, 그리고 공신들의 삭훈(削勳) 등이 있었다.
아마 소격서 혁파에 대해 도교측 반발도 없지 않았겠지만, 공신의 삭훈은 더 많은 불만요인이 됐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 유공자의 매월 급여를 대폭 삭감한 것이다.
더 큰 과오는 그의 출세를 끌어 주었던 우의정 안당의 아들 셋이 모두 현량과로 벼슬길에 들어서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28명 선발에 안당의 아들 3명이 동시 합격했다니 부도덕의 극치였다.
이치는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의료개혁이나 시민단체의 개혁운동이나, 도덕적 기초가 흔들리고서는 추진될 수 없다.
지도층 한 사람의 탈선이 시민 단체 모두의 위상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것을 우리 모두 보지 않았던가?
개혁의 목표는 너무 이상적이어도 안되고, 그 문제에 대한 국민 의견이 너무 폭넓은 상황도 안좋다.
하물며 그 동기가 사욕(私慾+邪慾)에 있거나, 부도덕한 자가 개혁을 추진해서는 안될 일이다.
역사를 보니 그렇다는 뜻이다.
지금만 믿는 사람에게는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parkstar@unitel.co.kr
빚덩어리 의료 정책을 정부가 어떻게 끌어갈지, 은퇴를 몇년 앞둔 나로서 얼마나 더 많은 의료보험료와 의료비를 부담해야 될지 걱정이다.
우리 주위에는 고치지 않으면 안될 구석이 많은데 정치는 구린내만 피우고 있으니 답답하다.
개혁이란 어려운 일임을 역사는 가르쳐 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세계사에 유명한 개혁 운동이었다.
극렬한 개혁이 추진됐다 하여 ''혁명''이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혁명 주체는 몇년 안에 임금과 부패 귀족들을 목자르기 위해 도입한 단두대에 자기들 목도 올려 놓게 됐다.
우리 역사에도 개혁운동은 여럿 있다.
''4.19''와 ''새마을운동'' 등이 그렇고, 지금 시민단체들의 노력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개혁운동은 사회를 고쳐 나가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급격한 개혁운동은 실패하기 쉽다는 것 또한 역사를 보면 분명해진다.
운동 주체가 내세운 이상이나 목표가 지나치게 ''이상적''일 때 실패했다.
그러면 어떤 경우 지나치게 ''이상적''인가.
예를 들면 사회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너무 넓게 퍼져 있다면, 그 한쪽 끝을 차지하고 있는 개혁 주체들의 가치관이 넓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시작한 개혁은 실패한다.
시간을 끌더라도 가치관의 폭을 좁혀가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즉 여론이 한곳에 모아질 때까지 기다려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광조와 김옥균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임금의 뒷받침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는 일이니 ''쇠뿔도 단김에 빼야''한다며 그들은 개혁의 깃발을 성급히 올렸다.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이 지나치게 글쓰기와 역사 외우기만 강조하는 것이 잘못인 줄이야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높은 도덕적 가치만을 강조하고 그런 사람을 천거해 관직을 주자는 생각은 이상적일 뿐이다.
말하자면 글짓기보다 도덕책을 읽자는게 조광조의 주장인데, 그것은 너무 이상론적이어서 다수의 지지를 모으기 어려웠다.
1884년의 김옥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지식층조차 서양문명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기에 급격한 개화 운동은 의심스럽게 보였을 것이 뻔하다.
개혁 운동의 주체는 도덕적결함이 없어야 한다.
프랑스 혁명의 주도자였던 로베스피엘은 아마 그에 가까운 인물이었던 듯 혁명에도 실패하고 자신도 죽임을 당했다.
어느 한국사 개론서는''1515년(중종 10) 젊고 깨끗한 조광조가 중용되면서''라고 서술하고 있다.
당시 34세의 조광조(1482∼1519)가 젊은건 사실이지만, 그리 깨끗한 지도자라고 여겨졌을지는 의문이다.
연산군을 내쫓은 쿠데타(中宗反正)로 1506년 갑자기 왕위에 오른 중종은 재위 10년만인 1515년 첫 아들을 얻는다.
그런데 장경(章敬)왕후는 그 아들을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고, 그 자리를 두고 벌어진 각축 속에 조광조는 상소문 하나를 그럴 듯이 올려 임금의 주목을 받고 출세가도에 오른다.
그런 그가 주도한 개혁 가운데에는 어진 사람(賢人)을 무시험으로 천거해 관직을 주는 현량과(賢良科), 도교를 숭상하는 소격서(昭格署)의 폐지, 향약(鄕約)과 도덕 교육의 보급, 그리고 공신들의 삭훈(削勳) 등이 있었다.
아마 소격서 혁파에 대해 도교측 반발도 없지 않았겠지만, 공신의 삭훈은 더 많은 불만요인이 됐다.
지금으로 치면 국가 유공자의 매월 급여를 대폭 삭감한 것이다.
더 큰 과오는 그의 출세를 끌어 주었던 우의정 안당의 아들 셋이 모두 현량과로 벼슬길에 들어서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28명 선발에 안당의 아들 3명이 동시 합격했다니 부도덕의 극치였다.
이치는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의료개혁이나 시민단체의 개혁운동이나, 도덕적 기초가 흔들리고서는 추진될 수 없다.
지도층 한 사람의 탈선이 시민 단체 모두의 위상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것을 우리 모두 보지 않았던가?
개혁의 목표는 너무 이상적이어도 안되고, 그 문제에 대한 국민 의견이 너무 폭넓은 상황도 안좋다.
하물며 그 동기가 사욕(私慾+邪慾)에 있거나, 부도덕한 자가 개혁을 추진해서는 안될 일이다.
역사를 보니 그렇다는 뜻이다.
지금만 믿는 사람에게는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parkstar@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