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기술 김희수(42) 사장은 올해 또 한번의 승부수를 띄운다.

이 회사의 차세대 주력사업이 될 디지털 셋톱박스를 오는 5월 내놓는다.

이 회사의 간판을 기술거래에서 시작해 "골도(bone conduction)전화기"에 이어 정보기술(IT)로 바꿔 달아온 김 사장은 정보가전이라는 새 간판을 다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디지털 셋톱박스는 분명 후발주자입니다"

그는 그러나 성공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진입 장벽을 뛰어넘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바이어들이 제일 중시하는게 기술인력"이라고 말했다.

셋톱박스 업계에서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기업의 연구인력을 스카우트한 덕분에 지난달 엔지니어링 샘플을 개발, 5월 영국 전시회에 첫선을 보인다.

김 사장은 인력 영입에 탁월한 수완이 있다는게 직원들의 얘기다.

삼겹살파, 차돌백이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소줏잔을 기울이면서 그의 말을 듣노라면 1시간이 안돼 마음을 정하게 된다는 것.

대기업 통신기기 생산 현장의 책임자도 그렇게 영입됐다.

대우전자와 다우기술에서 맨바닥 영업을 한 그의 경력이 밑거름이 된 것이다.

대우전자 시설 동료와 함께 재고로 쌓인 게임기 3백여개를 싣고 봉고차로 10일간 지방을 돌고 나서도 한개도 못팔아 서울 톨게이트에 들어서면서 흘렸던 눈물.

그런 경험은 돈되는 비즈니스를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뼈아픈 체험으로 그에게 각인돼 있다.

김 사장은 독일과 중동에 지사를 세워 해외시장부터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라우터와 지난해 시작한 케이블모뎀 등을 셋톱박스에 넣어 복합셋톱박스를 만든다는게 그의 구상이다.

황금시장으로 떠오르는 홈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겠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혁신과 함께 기존 사업의 개선도 병행한다.

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골도전화기 기술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그는 골도기술의 품목을 다변화하고 부품사업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동자를 몸에 밀착시켜 진동으로 소리를 듣는 골도기술로 골도인형 등을 개발키로 했다.

지난해 중국에 1천만달러어치의 진동자를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함에따라 상반기중 선적에 들어간다.

지난해 자리를 잡기 시작한 학내망 시스템통합(SI)과 케이블모뎀 및 윈도기반 단말기(WBT) 등 3개 정보기술 사업은 올해 수익창출의 원천이 될 것으로 김 사장은 기대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3백% 증가한 3백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해 7백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순이익도 지난해 12억원에서 올해 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96년 창업 당시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기술사업부는 분사시킬 계획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