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나뭇잎이 깡마른 가지 사이로 듬성듬성 얼굴을 내미는 계절 3월.

충남 아산의 호서대 공대캠퍼스.

강의동, 연구동, 각종 공학관을 뒤로 하고 학생 벤처회관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쌀쌀한 바람이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빌 게이츠 꿈꾸는 자 이리로 오라"

학생 벤처회관 입구 게시판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동아리 회원 모집공고가 눈에 들어온다.

2층짜리 벤처회관에 들어서는 순간 이방인을 따라온 3월의 꽃샘추위는 저만치 떨어져 나간다.

디스켓을 들고 종종 걸음치는 학생, 모형제품을 한아름 안고 가는 학생, 컴퓨터 모니터에서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학생...

저마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다.

호서대가 국내 벤처의 메카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99년 국내 처음으로 대학 차원에서 벤처 동아리 육성을 선포한지 2년.

10개중 1개만 자리잡아도 성공이라는 벤처의 속성에 비춰 봤을때 벌써부터 기대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조은소프트는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할수 있는 네온사인을 개발해 실용신안을 획득했다.

April-Rose 등 2개 벤처동아리에서 모두 12개의 실용신안을 출원했으며 "폴더형 휴대폰"은 의장 출원이 된 상태다.

핸디넷 마로 AirsOn 등 6개 벤처동아리는 기업체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공동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벤처동아리 한 곳은 이미 벤처기업으로 성장해 둥지를 떠났다.

호서대는 각 벤처동아리가 쌓아 올린 실적을 모아 오는 9월께 로드쇼를 개최할 계획이다.

호서대 벤처동아리가 정착하게 된 것은 학교 안팎의 지원과 학생들이 흘린 땀의 대가다.

호서대는 1차연도인 지난 99년에 7천9백50만원을 지원했다.

동아리방 등 공간과 통신 전기 수도 등이 지원됐다.

지난해에는 5천만원이 지원됐으며 올해는 6천2백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품목이 좋은 벤처동아리에는 최고 5백만원이 투입됐다.

첫해보다 학교측 지원금이 다소 줄어든 것은 외부 지원금이 늘었기 때문.

외부자금은 지난해 8천7백50만원이 지원됐다.

중소기업청에서 하이텍 게임과비평 등 5개팀에 모두 1천3백50만원,충남테크노파크가 소프트텍 네트로시스 홈넷 등 6개팀에 1천2백만원을 지원했다.

나머지는 일반 기업체와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자금이다.

황희융 호서대 연구처장은 "외부 지원 자금은 올해 1억5천만원, 오는 2003년께는 3억원 정도로 불어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돈만 있다고 벤처가 성공하지는 못하는 법.

"우리 동아리에 방학은 없다. 대부분의 회원은 설 연휴기간 동아리방에서 밤을 지샜다"고 말하는 최삼하 왑스튜디오(WAP-studio) 대표는 동아리 멤버를 뽑을때 방학에 합숙을 각오하지 않는 학생은 아예 제외시킨다고 덧붙였다.

학생 벤처회관에 입주해 있는 학생들은 평균 새벽2시에 기숙사나 자취방으로 향한다.

김다희(컴퓨터공학부 1년) 학생은 "동아리에서 하는 연구가 학과 공부의 연장이어서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처의 뜻을 품은 학생들 모두가 자리잡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9년 5월 학생벤처동아리를 모집할때 42개팀이 신청했지만 10개팀은 탈락했다.

김경식 벤처동아리 책임교수(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연구 품목이 부적절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지나치게 낮은 팀은 뽑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3월 1차연도 중간평가에서 5개팀이 학생 벤처회관에서 퇴관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김경식 교수는 "일부 팀의 퇴출이 남아 있는 팀에 자극이 된다"고 설명했다.

호서대는 학부의 벤처동아리, 벤처대학원, 장영실연구소 등을 묶어 아산캠퍼스를 벤처 요람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 게임특기생 등 독특한 입시제도도 만들었다.

또 충남테크노파크 등과 연결해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고 호서대로 향한 젊은이들이 앞으로 어떤 열매를 일궈낼지 귀축가 주목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