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같은 여자, 여자같은 남자...

올 봄 매우 여성스러운 의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가운데 중성적인 이미지의 옷도 마니아층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등장했다.

패션전문가들은 중성적인 패션을 앤드로지너스 룩(Androgynous look)이라고 부른다.

앤드로지너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남자를 칭하는 앤드로스(Andros)와 여자를 나타내는 지나케아(Gynacea)의 합성어다.

남자와 여자의 특징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앤드로지너스 룩이 패션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에는 80년대 복고바람이 있다.

올 춘하패션의 화두인 "80년대"는 화려하고 부유해보이는 글래머룩의 시대이자 인간에게 잠재돼 있던 중성적인 취향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다.

대표적인 인물이 영국 뮤지션 보이조지.

여자처럼 화장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노래 부르던 보이조지의 모습은 마돈나의 파격적인 노출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삼성패션연구소 이유순 수석은 "80년대는 이전 시대까지 확실히 구분되던 성의 역할보다는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는 시절이었기에 중성적인 이미지가 패션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영역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특히 패션에서의 중성적인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태도와 성격은 여성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트렌드로 취급받았다.

앤드로지너스 룩의 유행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 왔던 액세서리 화장 장식 등을 남성이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게이들의 사회참여와 패션계에서의 파워가 거세지면서 중성적인 이미지 연출은 의류와 향수 광고에서 가장 즐겨 쓰는 표현방식이 됐다.

올해의 앤드로지너스 룩은 수트로 대변된다.

마르탱 마르지엘라, 미구엘 애드로버 등의 디자이너들은 남성과 여성 모델 모두에게 헐렁한 사이즈의 팬츠수트를 입히고 중절모를 씌웠다.

지방시와 돌체 에 가바나의 정장도 양성적인 모호함을 풍긴다.

특히 80년대 앤드로지너스 룩의 선두주자였던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번 시즌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차림의 남녀모델커플을 무대에 세워 중성패션의 진수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