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염하고 화려하고 강렬하게"

강력한 섹시파워가 21세기 첫번째 봄 패션을 지배하고 있다.

여성들은 지난해까지 유행했던 요조숙녀형의 차분한 분위기를 던져버리고 당당하고도 관능적인 모습으로 변신중이다.

우선 빨강 황금색 파랑 등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컬러가 옷에 입혀졌으며 꽃무늬부터 만화캐릭터까지 현란한 프린트가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도발적인 노출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섹시하지 않으면 옷이 아니다"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패션브랜드들은 노출의상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여름으로 갈수록 치마와 바지 길이는 더욱 아슬아슬하게 짧아질 전망이다.

탱크톱 홀터넥 등 속옷과 겉옷의 경계를 허무는 제품들도 손님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섹시미를 기본으로 한 2001년 봄.여름 패션의 특징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 50년대와 80년대로...

지금 당장 옷장으로 달려가 20여년전 입었던 옷이 있다면 다시 꺼내 입도록.

미국과 유럽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황금시절이었던 50년대와 80년대를 그리워하며 그 시절의 화려한 낭만을 옷으로 재현해 냈다.

50년대 스타일은 잘록한 허리와 밑으로 넓게 퍼지는 플레어 스커트,니트 트윈세트 차림으로 대변된다.

가는 허리와 부드러운 어깨, 둥그런 힙 등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빼앗아간 여성스러움을 다시 찾아오려는 듯 우아함과 여성미를 한껏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

반면 80년대 패션이 보여주는 여성미는 전혀 맛이 다르다.

당시 팝가수 마돈나와 할리우드 영화 "워킹걸" "나인투파이브" 등에서 알 수 있듯 80년대는 여성의 목소리가 특히 커졌던 시기로 패션의 주제 또한 강력해진 여성의 힘에 맞춰져 있었다.

딱딱한 사각형 어깨, 미니스커트, 중성적인 수트, 굵은 챔피언쉽 벨트처럼 과장된 액세서리 등이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 과장된 로맨티시즘

복고풍이 주도하는 패션 바람 속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컨셉트는 로맨티시즘이다.

나풀거리는 모슬린, 자수, 부풀어 오른 스커트, 몸에 유연하게 흘러내려오는 블라우스, 자연스럽게 어깨와 가슴 라인이 드러나도록 깊게 파인 원피스 등이 여심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로맨틱 분위기는 바로 꽃무늬.

매년 봄마다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지만 이번에 선보인 꽃무늬는 예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돌체 에 가바나, 페라가모, 루이비통, 셀린 등의 브랜드가 무대에 올린 의상에서는 한껏 봉우리를 터트린 듯한 꽃송이들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또 블루마린에서는 반짝이 가루가 뿌려진 듯 은은하게 광택이 도는 장미 프린트를,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손에 잡힐 것처럼 사실적인 느낌의 꽃무늬를 선보였다.

<> 가죽 인기 폭발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죽의 인기는 올 여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만해도 추동소재로만 인식되었던 가죽이 이제는 어느 계절에도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패션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투박하고 거친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났다.

실크처럼 얇고 부드러워진 가죽은 주름을 잡거나 절개선을 넣는 등 세심한 디자인도 가능해져 블라우스 원피스 셔츠 등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또 광택나는 애나멜 코팅, 작은 보석을 뿌린듯한 코팅, 홀치기 염색 등 가공방법도 다양해졌다.

베이지 빨강 황금색 회색 살구색 등 색깔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 컬러의 향연

온갖 색깔과 프린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핑크 옐로우 그린 스카이블루 등의 천연 파스텔컬러를 비롯해 형광빛의 강렬한 색상까지 아주 다채롭게 전개된다.

특히 천연 파스텔 색상들은 대개 꽃무늬에 쓰여져 비치웨어 같은 복고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는 컬렉션에서 긴 머리의 모델들에게 레몬색의 비키니, 복숭아색의 팬츠, 베이비 핑크의 트리밍이 가미된 바다색 드레스를 입혔다.

탠저린, 레몬, 복숭아색의 화려한 행렬을 만들어낸 마이클 코어스는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팜 비치"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랄프 로렌이 보여준 검정과 흰색의 정교한 그래픽과 프라다의 흑백 가로세로 사선 줄무늬도 주목거리다.

이 두 컬러의 어울림은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히트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강창동.설현정.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