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밀리지 않고,코스 좋고,부킹의 원칙이 있는 곳에 대해 사람들은 ''명문골프장''이라는 인식을 갖는다.

얼마 전 만난 한 골프장 임원의 고충은 이랬다.

그 골프장 최고경영자의 요구를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오너의 요구는 이랬다.

"영업실적을 올려라,그리고 명문이 되게 하라"

손님을 더 받기 위해선 티오프 시간 간격을 줄여야 한다.

반면 명문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 플레이를 재촉하면 안된다.

거기에 부킹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하고,코스관리도 빼어나게 해야 하고….

명문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골프장이 기울이는 노력과 고민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분명 원칙이 제대로 선 곳이 명문골프장이다.

하지만 원칙만으로 명문이 될 수 있을까?

어제 내가 아는 한 형제분과 라운드를 했다.

형님은 카트 없이 걸어서 플레이를 하기에는 선천적으로 불편한 다리를 지녔다.

그래서 늘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플레이를 한다.

형님의 걸음으로 페어웨이 저 안쪽으로 떨어진 볼까지 걷기에는 페어웨이가 너무도 넓고 길기만 하다.

골프장측에 사정을 말하고 카트가 페어웨이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담당하는 분은 그런 선례가 없었고 원칙상 안된다는 답변을 했다.

그 골프장은 캐디 한 명을 더 지원해주는 것으로 부탁에 응했다.

어제 그 형제분은 뒤팀에 밀릴세라 남보다 바쁘게 플레이를 했다.

볼이 카트도로와 먼 구석,혹은 언덕 저쪽에 떨어지면 어쩌나 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벙커에 난 형님의 발자국을 동생이 지워내고,그린에서는 행여 형님의 깡총걸음으로 그린이 손상될까봐 동생이 꼭 부축을 했다.

그 형제분은 골프장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데 골프장측에서는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원칙이 확고한 골프장은 분명 명문이다.

하지만 원칙 이전의 무엇,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까지 아끼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제의 그 골프장은 분명 명문으로 소문난 곳이었지만,아쉽게도 내 기준에선 ''준명문''에 그치고 말았다.

고영분 moon@golfsky.com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