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 산하에 여성벤처기업 관련 단체가 있는데 왜 비슷한 단체를 또 만들려고 하는가. 지금은 여성벤처기업인들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오히려 도와줘야 할 때가 아닌가"(여성벤처기업협회 관계자)

"정보통신부가 워낙 세게 밀어붙이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

지난 19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소비자보호원 빌딩 8층에 위치한 한아시스템 회의실.

부드러운 바깥의 봄바람과는 달리 이곳에서 열린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이사회에서 오간 대화는 차가웠다.

협회는 산하조직으로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심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결국 이 안은 참석자 26명 가운데 23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여성특위 설치로 결론이 난 것이다.

문제는 이날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대다수의 업계 인사들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 밀려 표를 행사했다는데 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는 여성특위 설치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여성특위 설치안을 업계가 수용하지 않으면 정통부가 독립적인 정보기술 여성단체 설립을 추진할게 확실하니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이는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는 정통부 산하단체다.

이날 회의에 여성벤처기업협회 대표로 참석했던 한 여성기업인은 "협회의 1백20개 회원사중 절반 가량이 정보기술 관련기업"이라며 "정보기술 여성기업인의 창구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유사한 단체가 또 생겨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정부부처가 나서서 여성기업의 힘을 분산시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업계가 원치 않는 민간조직을 정통부는 왜 만들려는 걸까.

부처간의 영역다툼 이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성기업인들은 지적한다.

이미 전자상거래 정보가전 음성산업 해외정보기술지원센터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역에서 싸워온 부처들이 이번에는 여성기업인들을 그냥 놔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정책도 세우지 말고 기업을 그냥 내버려 두는게 최상의 정책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오광진 벤처중기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