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는 8.8%의 높은 성장을 구가했지만 "실속없는 고(高)성장"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1만달러에 육박했지만 환율효과를 뺀 체감소득은 바닥권을 맴돈 것으로 평가된다.

◇ 외견상 고성장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99년 10.9%에 이어 지난해에도 8.8%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정보통신산업과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환율하락과 고유가 탓에 종합 수출물가를 나타내는 수출디플레이터가 6.4% 하락했다.

생산.수출은 늘었지만 제값을 못받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3%(전년 9.4%) 증가하는데 그쳤다.

GNI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밑돌아 그만큼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나빠진 셈이다.

국민소득에서 피고용자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도 58.6%로 전년(59.7%)보다 떨어졌다.

다만 외채와 외화자산간의 수지가 지난해 4.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흑자(9백26억원)로 돌아선 점은 주목된다.

그만큼 국민총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전망은 안개속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4.6%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마이너스 0.4%.

이는 지난 98년 2.4분기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어서 저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3.4분기에 경기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은은 당초 올해 GDP 성장률을 4%대로 봤다.

그러나 대외변수가 불투명해 경기전망을 자제하고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