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이 살길이다"

광주 하남산업단지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침체에 빠진 공단 경기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은 바로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규모 업체.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종업원 수가 1백명 안팎이며 매출의 10~30%까지 기술개발에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기술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우수한 제품으로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리튬건전지 생산업체인 애니셀,가스레인지 등 가전부품 제조업체 휴먼전자,물류용기인 파레트제조업체 골드라인,VCR 헤드드럼을 최초로 국산화한 세협테크닉스,전자부품 생산업체인 연호전자 등이 21세기를 이끌어갈 업체들이다.

그동안 하남산업단진의 경기를 좌지우지해온 업체들은 광주삼성전자,대우전자,대우캐리어 등 이른바 대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상당수가 계절적 영향에 민감한 것이 가장 큰 약점.

주력 생산 품목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수익성이 낮은 가전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때 김치냉장고 등 일부 품목의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활황세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약속이나 한듯 주저앉아 있다.

협력업체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신흥정기,한성에너텍 등 외지에서 공장을 하남산단으로 이전해온 업체들의 고민이 크다.

이처럼 주력 기업들이 국내 경기의 불황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하남산단에는 주도업체의 싹이 움트고 있다.

하남산단은 현재 광주지역에서 가장 큰 지방공단이다.

지원 및 공공시설 4백여평을 포함해 모두 1백80만평에 7백3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총생산액과 수출액,근로자수 등 모든 면에서 3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총액은 3조1천2백여억원으로 광주시 총생산의 30%가량을 차지했다.

수출액은 10억달러 수준으로 광주지역 총수출액의 35%를 웃돌았다.

즉 하남산단은 광주 경제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따라서 산단내 신흥 중소기업들은 비단 하남산단 뿐 아니라 지역 경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8년 설립된뒤 95년 현 공장을 신축한 휴먼전자는 기술에 눈을 돌려 탄탄한 경영기반을 구축했다.

대우전자연구소 출신인 최윤식 사장은 수원과 광주공장에 부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3년 국가기술지도업체(공업기술원)로 지정된데 이어 유망중소기업(기업은행),95년 우량기술기업(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 잇따라 선정됐다.

특히 이 업체가 자체 개발한 전산시스템은 원가와 재고를 동시에 관리하는 통합관리프로그램으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96년 중국 텐진에 현지공장을 설립했으며 96년 신한국인상과 97년 5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 1백80억원을 올린데 이어 올해 매출목표는 2백50억원이다.

물류용기인 팔레트제조업체인 골드라인은 공장자동화시스템 도입으로 도약기를 맞고 있다.

국내 유일의 완전 자동화시스템으로 생산되는 이 회사 제품은 일반 팔레트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대학에서 마케팅과정을 수료하고 (주)금호의 뉴욕과 밀라노지사장을 거친 이홍기 사장의 오랜 해외경험과 꾸준한 기술개발로 탄생한 합작품이다.

지난 93년 카톤박스(금구보강형)와 94년 철제팔레트를 개발,각각 실용신안등록을 출원했다.

지난 97년 여수공장을 준공하고 99년 자본금 증자에 성공한데 이어 오는 4월에는 2천2백평규모의 광주 2공장을 준공,국내 최초로 고폴리마 팔레트 양산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부 업체들의 이같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 효과가 하남산단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에는 요원하다.

무엇보다도 기술과 정보에 대한 행정 당국의 지원 체제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다른 공단의 경우 대체로 기술개발을 전담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지원센터가 있다.

물론 하남산단에도 중소기업지원센터가 있지만 기능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하남산단 관리공단 관계자는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술 개발과 정보공유의 중요성에 비추어 지원센터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