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당국 개입에도 불구하고 28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을 갈아치우면서 고공행진했다. 장중 한때 1,305.50원까지 올라섰다.

달러/엔 환율이 미국 금리인하 발표를 계기로 위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여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루변동폭이 10원을 넘어서 외환당국의 대응과 거래자들의 고점에 대한 인식이 상승폭을 다소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70원 오른 1,304.60원에 오전거래를 마쳤다. 달러/엔 환율이 다시 123엔대로 급히 올라서자 역외세력과 정유사 등이 달러확보에 적극 나섰다. 수급은 대체로 안정적인 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대외요인이 환율을 자극했다.

이번주 환율의 방향타였던 일본 제로금리 복귀, 미-일 정상회담, 미국 금리발표 등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환율은 조심스레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달러/엔 환율이 123엔대를 유지한다면 다소 어렵게 보였던 1,300원대 안착 가능성도 짙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전일 뉴욕 마감가인 122.31엔보다 1엔 가량이 오른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일본 재무성의 2월 교역량 발표와 일본정부가 엔화약세를 용인할 것이란 소문이 시장에 널리 뿌려지면서 급등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음 목표치는 123.70엔으로 딜러들은 예상하고 있다.

오후 장세도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 움직임을 따라 갈릴 듯 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의 금리인하 폭이 더 컸으면 달러/엔 환율이 122엔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으나 결국 방향을 125엔으로 잡은 것 같다"면서 "124엔으로 상승폭을 넓히게 되면 1,310원이상을 바라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1,305원대에서 막히고 있어 업체들이 얼마나 물량을 털어낼 것인지가 상승폭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1,300원대에 안착한 분위기"라며 "달러/엔이 급등하면서 당국도 더 이상의 개입은 주저하고 있으며 어제보다 10원가량 오른 1,306∼1,307원 정도가 오늘 고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낮은 1,293원에 개장했으나 거래직후부터 강한 오름세를 타며 30분만에 1,300원선으로 올라섰다. 이후 상승폭을 확대하는 가운데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오름세가 주춤하다가 28개월중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름세를 지속했다. 당국의 구두개입 은 잠시 환율을 반락시켰으나 실제 물량공급이 이뤄지지 않자 저가매수 기회만 제공했다고 딜러들은 지적했다.

역외세력은 장중 강한 달러매수세를 보였으며 전날 NDF시장에서 달러를 많이 팔았던 은행권이 개장초 달러매수에 나서 오전장 중반까지 환율 급등을 이끌었다.

한편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1~3월중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 확대, 일부기업의 외국인직접투자자금(FDI) 유입건 타결, 역외선물환(NDF)시장의 순매수 포지션 규모등을 감안할 때 원화의 급속한 절하에 따른 위험도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공공요금과 환율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로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혀 추가 환율상승이 곤란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