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진념 경제부총리가 최근 불황기에 신용카드사용의 확대로 세원이 양성화돼 세금이 오히려 늘고 있다는 기업인의 질문에 대해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율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은 "국가부채가 작년 말 1백20조원에 육박해 균형재정 조기달성이 시급한 시점에서 세율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세율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세율을 올려서 세입을 증대시킨 경우도 있지만,세율을 내려 세입을 증대시킨 경우도 있다.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고 불리던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친 공급경제학자 래퍼(A Laffer) 교수의 ''래퍼 커브''에서 우리는 그 배경을 알 수 있다.

세율이 0%면 세입은 제로가 되지만, 세율이 1백%일 때도 노동자의 임금과 기업의 이윤은 정부가 ''몰수''해 가기 때문에 아무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게 돼 세입은 제로가 된다.

세율을 0%에서 올려 가면 세입은 늘어나다가 어떤 점을 지나면 세율을 올릴 수록 세입은 줄어들기 시작해 세율이 1백%에 도달하면 세입은 다시 제로가 된다.

세입이 최고가 되는 점은 ''납세자들이 기꺼이 내고자 희망하는 세율''이다.

현실적으로는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경제가 발달되지 않거나, 정치가 국민에게 실망을 줄 때는 50% 훨씬 아래 수준이 될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50% 수준일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심성으로 볼 때 세율이 ''반타작'' 수준인 50%를 넘으면 세입은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탈세의 유혹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1975년부터 우리나라에 종합소득세가 도입되면서 선진국을 따라 최고세율을 70%로 올렸다.

당시의 방위세 20%와 주민세 5%를 합치면 최고세율은 84.7%에 달해 한동안 세계 최고수준의 소득세율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고세율을 따라갈 때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한때 최고 70%이던 소득세율을 1987년에 28%를 기본으로 하는 단일세율로 파격적으로 낮추었고, 이것이 1990년대 10년 호황과 재정수지흑자의 기초가 됐다.

일본도 최고 75%이던 고세율에서 37% 저세율로 돌아섰다.

우리나라도 저세율구조로 가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세율이 인하돼 소득세와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40%까지 내렸고 법인세도 28%로 내렸다.

상속세율은 지난해부터 다시 50%로 올렸다.

저세율로 가는 배경은 수요를 창출해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것보다,공급측면에서 저율과세로 생산과 투자 활동을 활성화시켜 세입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특혜의 소지가 있는 공제제도를 폐지하고 탈세의 유혹을 막아 실질적인 공평을 기하겠다는 것이지, 단순히 세금을 깎자는 것이 아니다.

IMF 재정국이 고세율구조를 분석해 본 결과 고세율은 장기적으로 경제를 위축시키고 세입을 줄였다는 것이다.

과거 1백년 동안 서구에서 상속세의 고율과세는 부의 세습을 차단하거나,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기보다는 70%의 고액 상속세를 정직하게 내는 경우 기업의 파괴가 일어났고,아니면 자본의 해외도피나 상속세 회피만 조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해야 할 정도로 재산이 많지 않거나,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경우에 상속세가 부과돼 가장 불공평한 ''불행세''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는 상속세를 폐지했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상속세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경쟁국과 비교해 고율과세하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여력은 떨어진다.

선진국의 경험에서도 세율을 내리고 공제를 줄이면 세입이 늘어났고, 상속세는 폐지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평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28%로 내린 후 재정흑자를 이루게 됐다.

우리도 과거의 고세율보다 최근의 저세율에서 세입실적은 좋아졌다.

우리나라 중간계층의 소득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높고,세율 50%로 1%정도의 세입을 올리는 상속세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세금도 돈과 같이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다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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