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창업자인 아산(峨山)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1일 밤 10시 서울 풍납동 중앙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정 명예회장은 노환으로 지난해부터 중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나 병세를 이기지 못하고 이날 장남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고문)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정 명예회장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담대한 기업가 정신으로 ''하면 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신화를 창조한 한국 경제계의 거목이었다.

1915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정 명예회장은 만 23세였던 지난 38년 경일상회(京日商會)를 설립하면서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 건설 중공업 자동차 전자산업 등에 잇달아 진출, ''현대''라는 대그룹을 일궈내면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끄는 주역을 담당했다.

그는 ''20세기 최대의 공사''로 불렸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항만공사, 폐유조선을 끌어다 물길을 막아 ''정주영 공법''이란 용어를 탄생시킨 서산간척공사 등으로 국내외에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77년부터 87년까지 10년간 전경련 회장으로 재계를 이끌기도 했다.

87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등 한때 정치에 뛰어들어 외도를 하기도 했으나 다시 기업인으로 돌아와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남북경협과 화해무드 조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중석(邊仲錫.80) 여사와 정몽구 회장, 정몽헌 회장, 정몽준 의원 등 8남 1녀를 두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유언장은 장례식 후 가족회의를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 청운동 자택.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5일 오전.

장지는 선영인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산19 가족묘원으로 정해졌다.

호상은 유창순 전경련 고문이 맡는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