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한 나라의 경제성과를 가늠하는데 미시경제정책은 거시경제정책 이상으로 중요하다.

미국의 10년 호황도 우월한 미시경제정책의 덕이 크다.

문제는 상품과 노동시장 개선등 미시경제정책을 평가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증권사인 리먼브라더스가 최근 내놓은 새 보고서는 좋은 시도다.

리먼브라더스의 런던지점 경제팀은 4백개이상의 변수를 사용해 21개국의 정책을 분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경제실적에 대한 구조개혁을 평가하자는 의도에서였다.

이 지표에서 측정하는 것은 교육수준, 세율에서 상점 개점시간, 인터넷 접속 수수료까지 광범위하다.

리먼브라더스는 각국 미시정책의 취약성과 강점을 세가지 범주로 묶었다.

첫째, 경제의 장기적인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는 노동력이나 자본의 공급을 증대시키거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여기에는 교육 연구개발(R&D) 법인세제 등이 포함된다.

둘째, 노동시장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플레 비가속 실업률(NAIRU)을 낮추는 정책을 말한다.

NAIRU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저 실업률을 말한다.

셋째, 상품과 시장의 경쟁을 증대시킴으로써 경제 전반에 걸쳐 비용절감을 가져오는 정책.

시장개방이나 강력한 반독점 정책등이 대표적인 예다.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범주에 속하는 지표들은 다시 4개의 하부 범주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어 노동시장정책은 임금과 비용, 유연한 노동관행, 고용보호, 세금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들 각각의 변수는 0(최하)에서 10(만점)까지의 점수로 매겨진다.

이들 세부사항의 평균점수가 위에서 언급된 3개 범주 각각의 총점이 된다.

우선 영어권 국가들의 점수가 최고를 차지했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호주등 최근에 대폭적인 미시경제 개혁을 진행시켰던 국가들이다.

일본과 유로존은 한참 뒤떨어졌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위권 국가들간에도 재미있는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최상의 노동및 제품시장 정책을 갖고 있지만 장기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서는 스웨덴보다 뒤져 있다.

특히 교육수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교육수준 순위는 전체 21개국중에서 중간에도 못미치는 11위였다.

일본은 노동시장 정책에서 8위로 꽤 괜찮은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제품시장 경쟁력에서는 17위로 낙제점이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유럽국가간에서도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유럽 3대 경제권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중에서 전반적 정책에서 최고점을 받은 국가는 프랑스였다.

이번 조사에는 취약점이 있다.

유럽에서 최근 실시된 정책변화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세금감면이 대표적인 예다.

이 조치는 이제서야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새로운 정책이다.

이런 조치들을 감안했다면 양국의 점수는 좀더 높아졌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변수별로 영향력이나 중요성에 걸맞은 가중치를 두지 않은 채 모든 변수를 똑같이 취급한다는 점이다.

이 모든 요인을 감안할때 리먼브라더스의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다.

예컨대 독일은 노동시장 정책에서 프랑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프랑스가 더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요 몇년간 프랑스의 신규 일자리 창출 속도는 독일을 앞섰다.

하지만 이 지표는 각국 정책의 취약성을 그런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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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3월17일자에 실린 ''유연성 측정(Measuring flexibility)''이란 제목의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