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별세 이후 현대그룹의 앞날은 계열사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

특히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현대투신증권 현대석유화학 현대아산 등 5개 계열사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은 변함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은 22일 공식 자료를 통해 "채권단은 현대 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 합의사항을 성실히 준수하고 현대 계열사들도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현대건설은 실사 결과에 따라 =현대건설의 해법은 출자전환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현대건설 지분 15.77%(5천62만2천주)를 현대건설에 출연키로 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채권단의 평가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건설 회계감사 결과 1조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며 "정 명예회장 보유 주식을 현대건설에 넘기더라도 가치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주식 값은 22일 1천5백25원(종가 기준)에 머물고 있다.

현대건설의 앞날은 오는 29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밝혀질 2000년도 회계감사결과 실적과 5월초에 나올 영화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높다.

외환은행은 △자산실사 결과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채권단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경우 출자전환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었다.

◇ 현대전자는 계열분리로 =채권단은 현대전자의 회생 가능성에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

시티은행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주간사 역할을 맡으면서 현대전자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전자는 올 6월말까지 현대그룹에서 분리한다는 목표 아래 다각적인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시티은행 계열인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을 주간사로 10억달러의 해외 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해 외자를 유치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채권단도 현대전자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출환어음(DA) 매입한도를 14억달러로 확대하고 일반 여신 3천억원 규모를 만기 연장해 주기로 했다.

◇ 현대투신증권은 외자유치가 관건 =현대투신증권은 미국의 AIG로부터 1조원 가량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운명이 달려 있다.

AIG측은 정부에 공동출자외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정부측과의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측은 여론 등을 감안해 이 문제를 조만간 해결할 방침이다.

◇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아산 =현대석유화학은 한번 실패했던 빅딜을 또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채권단은 신 빅딜을 공식 제안했고 회사측도 사업부문 매각과 양도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든든한 기둥이었던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현대측은 정부와 채권단이 대북협력 차원에서 지원해줄 것을 줄곧 요청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