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정부는 2선에 개혁을 지켜보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인초청 오찬에서 4대부문의 개혁을 전면이 아닌 "2선"에서 지켜보다가 "잘못될 때만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자율과 시장에 의해서 상시개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당당히 지원하겠다"는 말을 빼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그동안 국가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기업 금융 공동 노사등 4대 부문의 개혁을 추진해오면서 재계와 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온게 사실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특정기업이나 기업정책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면 개혁이 물거품이 될까봐 지속적으로 원칙만을 강조해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재계는 정부의 개혁정책에 이견이 있다고 말할 경우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릴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이런 분위기를 먼저 깨고 나섰다.

김 대통령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평가받은 기업에 대해서 당당히 옹호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물론 김 대통령의 이런 말속에는 전제가 있다.

국내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경쟁력을 갖추고,기업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경쟁에서 이겨 돈을 버는 기업만이 고용을 창출할수 있고,많은 세금을 내 국가재정에 이바지 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이런 기업인이야말로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김 대통령은 정부가 개혁의 전면에서 "이래라 저래라"라고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젠 "상시개혁의 틀"이 마련된 이상 시장에서 개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탈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간접적인 방법으로 "정부개입의 경우"를 몇가지 예시했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돈많이 버는 기업을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왔다"면서 "이는 불공정거래를 일삼거나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고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뒤집어보면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경쟁력강화와 투명경영"요구에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부응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개입정도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정부와 재계간의 "화해의 온기"가 어느정도 지속될지를 지켜볼 일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