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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여자와 남자 .. 박은주 <김영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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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주 < 김영사 사장 pearl@gimmyoung.com >

    우리 회사는 남자와 여자가 할 일을 따로 나누지 않는다.

    아침이면 남자 직원도 책상 위에 걸레질을 하고 주방 싱크대에 손님을 접대한 커피잔이 쌓이면 누구든 먼저 보는 사람이 씻어놓는다.

    무거운 짐이나 책을 나를 때 여자라고 해서 빠지는 일도 없다.

    오히려 회사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책꾸러미는 여자 직원들에 의해 처리된다.

    남자 직원들이 마케팅부에 가장 많은데 이들은 낮에는 대개 서점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무 자르듯 나누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남자는 아버지가 낳고 여자는 어머니가 낳던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남자인 아버지와 여자인 어머니의 피와 살과 유전자를 공평하게 나눠 갖고 태어난다.

    내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성의 잠재력을 포기하고 사는 것은 인생의 낭비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자.남자로만 또는 여자로만 살아서야 독존이 가능하겠는가.

    내 안의 남성성과 여성성이 서로 융통성있게 화합하고 발현될 때 우리는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양성적 인간은 21세기의 이상적 인간형이라고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만 해도 이전의 ''람보''나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우락부락한 마초맨보다는 ''매트릭스''에 나오는 섬세하고 중성적인 키아누 리브스에 매력을 느낀다.

    킹콩의 손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창백한 미녀보다는 강인한 근육과 정신으로 괴물과 싸워 지구를 구해내는 ''에일리언''의 여성전사 시고니 위버에게서 사람들은 흥미를 느낀다.

    음식을 만드는 남자,공구를 들고 집안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여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판에 박힌 일,판에 박힌 역할만 하는 것보다 훨씬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경험의 폭이 넓어지지 않겠는가.

    여자와 남자의 오랜 싸움도 바로 여기서 해결의 단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구의 반은 남자,반은 여자라고? 어림없는 소리다.

    내 안의 반은 여자,또 반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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