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가들중 최고 멋쟁이는 누굴까.

삼성 현대 롯데 등 대기업 오너들이 보여준 패션스타일은 그들의 경영철학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재계 최고의 멋쟁이로 첫 손꼽히는 인물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다.

특히 색감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평상시에는 색이 고운 캐시미어 니트에 면바지 차림의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을 즐겼다.

또 때때로 분홍색 와이셔츠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으면서 남다른 패션감각을 과시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단추가 두줄로 달린 더블브레스트 슈트를 자주 입기로 유명하다.

더블브레스트 슈트는 귀족적인 멋을 풍기는 것은 물론 레슬링으로 다져져 상체가 유난히 큰 이 회장 체형의 단점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은근한 멋쟁이로 꼽힌다.

풀먹인 듯 빳빳한 흰색 드레스셔츠에 짙은 회색이나 감색 정장을 깔끔하게 소화해 냈다는 평이다.

특히 그가 즐겨 매는 밝은 원색 넥타이는 한국보다 일본 남성들의 취향이라고 패션디자이너들은 말한다.

반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옷 잘 입는 경영인이라는 칭찬은 듣지 못했다.

10년 넘게 입어 옷깃이 다 해진 트렌치코트 등 정 회장은 ''검소한 패션''에 대해 많은 일화를 남겼다.

현대백화점을 짓고 있던 시절의 일이다.

정 회장 일행이 어느날 아침 일찍 명동 신세계 본점에 들이닥쳤는데 전층을 샅샅이 둘러본 후 정 회장이 사간 것은 달랑 내의 한장이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런 그의 유일한 멋내기 수단은 모자였다.

가죽 장갑은 구멍이 날때까지 꼈던 그가 중절모는 10여개나 갖고 있었던 것에서 모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멋내기와는 다소 거리가 먼 정 회장이었지만 소떼를 몰고 방북했을 때 입었던 누런 트렌치코트와 중절모,사각형의 커다란 뿔테안경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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