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순 < 전경련 명예회장 > ]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비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인명은 재천이고 인수는 유한하다 하오나 평소 회장님을 존경해 본받고 따르던 저희들은 회장님과 유명을 달리 해야 하는 자연의 섭리가 못내 안타깝고 서러울 따름입니다.

일찍이 열일곱 나이에 산업현장에 뛰어든 이래 회장님께서 걸어오신 발자취는 바로 우리 경제의 역사며 회장님께서 꿈꾸신 사업보국은 바로 우리 민족이 기원하는 미래상이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소떼를 앞세우고 판문점을 건너갈 때 7천만 우리 민족은 가슴 깊이 응어리진 분단의 아픔이 확실히 치유될 것임을 느꼈고 바닷길을 열어 금강산 관광을 이루어내셨을 때 우리 민족은 크나큰 감동을 억제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 경제가 세계에 다시금 기상을 살리기 위하여 그 어느 때보다 회장님의 개척정신과 경영소신이 절실한 때이건만 떠나시는 회장님을 붙잡을 수 없는 저희들의 심정은 너무나 황망할 따름입니다.

아산 정주영 회장님, 이승에서의 모든 번뇌와 슬픔을 털어 놓으시고 안심왕생하시기를 삼가 바라옵니다.

편안히 잠드소서.

[ 김상하 < 삼양사 회장 > ]

정주영 명예회장님, 회장님의 육성과 몸짓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데 이제 영영 저희곁을 떠나신다니 비통하고 참담한 심경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한국경제의 이론과 실제를 접목시킨 회장님은 전후복구사업에서부터 공업입국, 중화학공업화,첨단산업화로 이어지는 우리 경제사의 주요 물줄기를 이끌어온 주역이셨습니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역사적인 조국 근대화 건설 사업은 거의 회장님에 의해 주도되었고 국내 굴지의 대공사는 물론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통해 한국경제사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미증유의 사업가이셨습니다.

우리 경제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셨고 사막의 모래바람을 잠재우며 중동에서 외화를 벌어들이셨습니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를 만들어 조국을 세계조선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인 포니 자동차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우리의 차들이 누비도록 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만드셨습니다.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못다 베푸신 탁견과 굳건한 소신은 저희들 후배기업인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국가경제를 다시금 탄탄한 반석위해 올려 놓는 것만이 회장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임을 명십하고 분발해 나가겠습니다.

[ 조지 리바노스 < 그리스 선엔터프라이즈사 회장 > ]

오랜 친구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하셨다니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내가 고인을 처음 만난 것은 1970년으로 당시 고인은 울산조선소(현재 현대중공업)를 짓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고인은 완공도 되지 않은 울산조선소에서 건조할 대형 유조선 몇척을 리바노스 그룹이 발주해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가) 설사 조선소를 짓는데 성공하더라도 대형 유조선은 고사하고 배를 건조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중공업 부문에서 걸음마 단계에 있었습니다.

전문화된 조선인력을 이른 시간내에 확보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고인을 처음 만났을 때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남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결단력과 의지를 갖춘 분이었습니다.

고인의 이런 강한 인상을 믿고 유조선을 발주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우리에게 심어주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울산조선소에 발주한 최초의 선사가 되는 인연을 맺었고 30년 이상 사업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로 급성장한 현대중공업의 탄생배경에 우리는 아직까지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