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부는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리라는 전제아래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낙관해왔지만, 최근들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등 해외경제동향이 심상치 않다.

사정이 이러니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또다시 경제위기를 맞게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경기대책은 올해 예산을 상반기중에 조기 집행하고 금리와 환율의 하향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등 거시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며, 산업은행이 1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긴급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경제동향 특별점검반을 구성하고 국내외 경기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올해 성장률 목표를 4%대로 낮추기로 하는 등 그야말로 비상체제에 돌입한 느낌이다.

우리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생각하면 정부가 이렇게 부산을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성장기여율이 50%가 넘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나 되는 정보통신산업의 미국시장 의존도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미국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국내경제 성장률은 0.6%포인트 낮아지고 경상수지흑자도 20억달러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지난해 2월 대비 대미수출 증가율이 31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벌써부터 미국경기 하강에 따른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거시정책 중심의 경기대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외환수급에 따라 결정하되 급격한 변동을 막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원론적인 얘기이며, 금리의 하향안정도 금리수준이 이미 기록적으로 낮은데다 자칫 시중자금이 부동화될 가능성이 커 한계가 뚜렷하다.

1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 조성이나 대규모 민자사업 추진계획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투자의욕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럴수록 정부는 기업의욕을 북돋우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생산과 고용증대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인상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엊그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서 "정부는 기업인의 친구이고 협력자다"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언급도 같은 취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