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인건비가 비싸고 과다한 물류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데다 해외 선진기업들의 효율성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실정이다.

경영자들의 마인드도 문제다.

디지털 시대와 글로벌 여건에 걸맞은 경영구조라고는 볼 수 없다.

순간순간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사업부나 일선조직에선 결정권이 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내부 경영구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고 값싼 부품과 소재를 찾아 아웃소싱하는데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저 사내에 LAN(구역내 통신망)을 설치했다거나 신기술사업본부를 두었다고 해서 IT(정보기술) 신기술을 접목한 양 여겨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 원인을 꼬집는 산업연구원(KIET) 김도훈 산업정책실장의 지적이다.

경영환경은 디지털화로 치닫고 있는데도 현실은 아날로그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제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시장상황에 비해 공급과잉 상태에 허덕이고 있는데다 아직도 "코리아 브랜드"가 형성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달러화나 엔화 등의 환율변동을 비롯한 외부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경제성장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지닌 업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연구개발(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은 "디지털 가전 분야는 기술 진보 속도가 워낙 빨라 잠시만 방심하면 경쟁에서 탈락한다"며 "남이 흉내내지 못할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자동차산업은 기술력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라며 "R&D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현대자동차 이계안 사장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기술력으로 무장된 고부가가치 제품에 매달리는 대신에 범용제품이나 단순 조립.가공품 중심의 제품으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세계무대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제도적인 걸림돌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여전히 과다한 각종 규제를 들 수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건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산하기관 등엔 행정지도나 내규 등의 형태로 존속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안전이나 자금조달 환경 건설 등 기업경영에 있어 핵심적인 분야에선 동일한 행위를 놓고 여러 부처에서 중복규제를 받는 사례도 허다하다.

또한 자본시장 및 금융시스템도 산업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책임경영 풍토가 미흡하고 사전 여신심사 기능이 취약한 편이다.

금융산업에 규제가 지속돼 금융기관간 통합을 통한 생산성 및 효율성 강화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금융감독 기능이 미비해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신뢰성이 떨어지는 점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걸림돌중의 하나다.

선진국에 비해 노조조직률은 낮은 편이지만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 일수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24개국중 20위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IMD 조사결과 우리나라 노사관계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난 95년엔 48개국중 25위였으나 99년엔 47개국중 46위로 추락했다.

열악한 SOC(사회간접자본시설)과 물류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기본적인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가 미흡해 수요대비 공급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도로나 항만시설도 만성적인 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제도적인 개선 노력과 함께 기업들의 경영시스템 변화 및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맞물려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