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공급과잉" 논란 속에서도 "수출 효자산업"으로 불렸다.

지금도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섬유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수출산업의 하나로 꼽힌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 산업의 수출은 94억달러로 총 수출액의 5%를 넘었고 수입을 뺀 무역흑자는 49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화산업의 생산규모는 지난 99년 기준 20조4천억원으로 제조업 총생산액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의 총 생산능력은 5백15만t으로 세계 4위의 생산능력을 지녔다.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1억39만5천t)의 5.1%에 달하는 수준이다.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합섬원료 등 석유화학제품의 3대 부문을 놓고 보면 지난해 생산량은 1천4백91만7천t이었다.

이중 6백48만1천t을 수출, 수출비중이 43%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생산능력은 연평균 2% 미만의 더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인데 반해 내수는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4~5%)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오는 2005년이 지나서야 수출비중이 30%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개발연대인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62~71년)의 핵심사업중 하나로 선정돼 지난 70년 "석유화학공업 육성법"이 만들어지면서 태동하게 됐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선 30년 뒤졌고 일본보다는 약 10년이 늦은 일이었다.

당초 과점체제로 이뤄졌던 유화산업이 지난 86년 초창기의 석유화학공업 육성법이 폐기되고 "석유화학공업 발전법"이 발효되면서 신규투자 자유화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어 90년의 투자자유화 조치로 인해 진입장벽이 사라짐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잇따라 참여하게 됐다.

그 결과 지금은 크고작은 40여개의 업체들이 유화제품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울산 여천 서산 등 3개 석유화학단지엔 여천NCC 현대석유화학 LG화학 SK(주) 삼성종합화학 호남석유화학 대한유화 등 7개 NCC업체를 중심으로 외형상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비슷한 업체끼리 과열경쟁 체제를 이룬데다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제품 중심의 생산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막대한 시설투자가 집중됐지만 기업별 생산능력은 경쟁국보다 크게 뒤진데다 특히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선 절반수준에 그치는 형편이다.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보더라도 나프타 중심의 원료구조여서 에탄 등에 비해 "에틸렌 수율"이 낮아 미국이나 중동 등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미국 등에 비해 턱없이 뒤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우리나라 유화제품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 96년 이후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수출단가 측면의 채산성도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산업연구원(KIET)도 "올해 업종별 경기전망"을 통해 석유화학 업종의 생산은 작년보다 1.7% 늘어나는데 그치고 수출은 아시아와 중동지역에서의 수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의도 "2.4분기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2.4분기중 석유화학산업의 내수는 1분기보다 2.5% 줄어들고 수출마저 5.9%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대만 싱가포르 등의 신증설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데다 국내 공장의 정기보수를 위한 가동중단이 맞물려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0년째 유화분야를 전담해온 애널리스트인 한누리증권 백관종 부장은 "국내 유화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적정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5년 쉘과 몬테디슨이 폴리에티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사업을 위한 합작사인 몬텔을 설립하고 옥시켐 리욘델 밀레니엄 등이 합작해 에퀴스타를 세우는 등의 세계적인 합병추세도 사업구조 합리화를 통한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지적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