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을 훌쩍 넘어선 환율이 어느 시점까지 상승기조를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환율은 지난 23일 큰 폭 하락하면서 1,307.10원에 장을 마감, 지난달 하순부터 달러/엔 환율과 연결고리가 강화되면서 지속된 환율 상승기조가 조정국면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에는 무엇보다 달러/엔 환율이 조정세에 들어서야 한다는 점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판단 내리기가 쉽지 않다.

달러/엔 환율이 향후 130엔∼140엔까지 올라서리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다상승(Overshooting)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달 일본 기업들의 연간 결산이 있는 관계로 엔화수요가 있어서 현재 수준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의 가능성도 너무 급하게 오른 탓에 기술적 반락을 꾀하거나 재상승을 위한 속도조절 정도로 제기되고 있다.

◆ 달러/엔 환율 조정가능성은 ''글쎄''

23일 달러/엔 통화가 124엔대에서 122엔대로 내려서는 동안 모든 동남아통화가 절상됐다는 점은 하향 조정가능성을 짙게 했다. 이날 시장에는 일본 모리총리가 각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달러/엔 환율을 125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는 루머도 돌았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안정을 위해 일본이 본격적인 걸음을 내디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여기에는 중국 위안화 절하(가치하락)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상 고정환율제인 위안화는 최근 8.2770∼8.2773위안 수준에서 변동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엔저를 따라 아시아통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중국도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엔저를 벗어날 수 있는 재료는 현재 거의 없다. 일본경제의 회복이 현재로선 요원한데다 일본정부도 엔저와 통화확대를 통해 경기회복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은 ''일본의 다른 정책은 엔저를 유도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현재 하방경직성을 갖고 있어 122.30∼122.50엔대에서 탄탄하게 지지되고 있다. 22일 124엔대 중반까지 오른 뒤 하락한 것은 달러가 너무 오른데 따른 기술적 매도세와 거래자들의 포지션 조정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일본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불신과 경제상황으로 봤을 때 124.50엔대가 고점일 수가 없다"면서 "시장거래자들은 여전히 달러를 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말 일본 기업들의 결산이 마무리되면 엔화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게돼 달러/엔 환율이 다음달부터 상승가도를 본격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 있다.

◆ 의심스런 조정의 깊이

달러/엔 환율의 영향권 범위내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달러/원 환율이 23일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조정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다음주가 월말이라지만 네고물량 출회여부도 불투명하고 1분기 결산을 앞두고 오히려 결제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조정인지, 조정에 대한 준비인지, 그 깊이가 의심스럽다"면서 "달러/엔은 122엔에서 지지되고 있는데다 분기말 결제수요 등을 감안하면 상승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도 "3월말에는 결제, 송금, 배당금 수요 등이 몰리는 특수성이 있어 월말효과는 상쇄될 것"이라면서 "수요우위의 장이 예상되며 새로운 에너지를 찾기 위해 쉬어가는 장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체들도 1,320원까지 올라선 것을 보았던 터라 심리적으로 더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을 품고 있어 상승추세가 확실히 꺾였다는 인식이 없다면 쉽게 네고물량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직접 시장공급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자금(FDI)과 무역수지 호조 등의 외환당국이 지지하고 있는 공급요인은 ''올라가야 한다''는 시장참가자들의 의지가 더 강한 상황에서 그리 큰 힘이 될 지 미지수다. 다만 급히 올라간 데 대한 심리적 경계감과 고점에 대한 부담감이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주 들어 달러/원 환율의 상승속도가 달러/엔보다 빨라졌다는 점도 경계심리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거래자들 사이에는 단기적인 고점을 봤다는 의견과 상승여력이 남아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변동성은 커질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조정을 다소 받으면서도 상승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1,300원은 지지가 되면서 1,325원까지 상승도 가능하며 더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 환율의 조정여부가 관건이지만 5%에 이르는 수출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고점을 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