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이 양반이다''라고 말할 때의 ''집안''의 범위를 노인들에게 물으면 ''동고조팔촌(同高祖八寸)이 당내(堂內)''라고 대답한다.

고조가 같은 8촌까지를 한 집안으로 친다는 이야기다.

종중(宗中) 또는 문중(門中)이라고도 부르는 친족의 범위는 당내보다 훨씬 넓다.

입향시조 파시조(派始祖) 중시조 시조를 단위로 하는 소문중 대문중이 있지만 종중이라면 보통 파종중을 일컫는다.

종중이란 5대조 이상의 시제를 지내고 묘지를 보존하며,종중원의 친목과 복지를 위해 조직된 집단이다.

종중원은 종계(宗契)를 조직해 위토를 사들인다.

거기서 나오는 소출로 시제를 지내고 선산을 가꾸며 재실도 수리한다.

종중의 과제는 시제외에 종회의 의결을 거쳐 종중재산을 관리 처분하는 일이다.

대대로 기금축적에 협조한 종원들의 종중재산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종회는 모든 남자성인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대외적인 일에 여성이 참여하지 않았던 당시의 관례였던 탓일까, 여성이 구성원이었다는 기록은 없다.

출가외인이라고 아예 남으로 여겼던 여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용인(龍仁) 이(李)씨 사맹공파의 출가한 여성 80명중 일부가 종중재산을 공평하게 나눠 달라며 종중회를 상대로 낸 ''종중원 지위확인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종중의 본질과 관례에 따라 출가여성은 종중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내용이다.

고려부터 조선 18세기 중엽까지 재산은 아들 딸 구별없이 균분상속제였다.

중국이 아들에게만 균분상속을 한 것이나 일본이 특정1인에게 상속한 것과는 달랐다.

자녀들이 제사를 돌려가며 지냈다.

출가녀도 부모의 제사를 모셨다.

그러나 17세기께부터는 장남의 상속분이 점차 많아져 19세기에 오면 윤회 제사도 사라진다.

판결이야 어찌됐든 출가여성들이 당내도 아닌 종중에서 이미 2천만원씩을 받았다니 여성의 권리가 그만큼 신장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돈을 놓고 후손들이 송사까지 벌이는 것을 땅속에서 보는 선조들의 심정은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