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서부 일대에서 진도 6.4의 강진이 24일 발생했다.

또 얼마전에는 미국 서부의 항구도시 시애틀을 중심으로 남으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북으로 캐나다의 밴쿠버에 이르기까지 진도 6.8의 지진이 강타해 세계를 긴장케 했다.

특히 1995년 일본의 고베, 그리고 올해 인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엄청난 사망자와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냈다.

이같이 지진이 자주 발생하자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는 과연 지진 안전지대일까''라며 걱정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기록''할 만한 큰 지진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통설이다.

지진 피해는 주로 건물 교량 등의 구조물이 파괴되고, 그 부근의 인명이나 재산이 손실되는데 있다.

다시 말해 설계기준을 이론대로 정립하고 또 구조물을 제대로 설계 시공하면, 그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애틀지진에서 단 한명의 인명도 잃지 않은 기록을 남긴 요인이다.

워싱턴주의 라키 지사는 ''엄청난 행운''이란 말로 표현했지만, 건축구조 전문기술자들은 그동안의 어려운 실험과 연구결과가 낳은 당연한 결실이고 또 건축설계 지침서에 따라 한치의 결함 없이 상세히 설계하고 철저히 시공한 결과라고 본다.

부실공사가 우리 건설업계의 체질이 되어 한낮에 날벼락을 맞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사고가 불과 몇년전 일임을 생각할 때 지진강도 3정도에 견딜만한 건물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할 것이다.

더구나 좁은 면적에 고층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우리 주거환경을 생각하면,마치 아파트 건물에 시한 폭탄을 두고 있는 것과 같다.

특히 남북방향의 건물폭에 비해 높이가 엄청나게 높은 아파트 건축물은 지진이 아니더라도 바람에 의한 진동압력에도 견디기 어려운 설계다.

15층 이상 높이에 있는 아파트는 10㎝ 정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일반인은 의식하지 못한다.

교량 등의 토목구조물은 어떤가.

대부분의 철골 구조물은 장기간의 부식과 재료상의 피로로 이미 안정한계를 넘어선지 오래 되었다.

이 역시 지진같은 자연재앙이 아니더라도 마구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보아 왔다.

2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인도의 지진은 ''부실공사''가 그 원인이라고 워싱턴 주립대 건축과 포라카시 교수는 단정해 말한다.

시애틀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한번 분석해 보자.

1962년 세계박람회 때 지은 ''스페이스 니들'' 탑에 지진이 일어난 시간에 20명 이상이 있었지만 ''절대 안전''이란 보고가 들어왔다.

또 시내에 있는 고층건물 쉐라톤호텔 역시 호텔 건물이 무너질 듯이 흔들거렸지만, 유리 한장 깨지지 않았다는 보고다.

그런데도 라키 주지사는 ''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피해액수가 수십억달러에 달해 연방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당면문제는 주정부에서 해결하고 연방정부는 재해대책의 통괄정책 수립만 관장하겠다''는 냉담한 반응이었다.

그 피해액의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벽돌이나 콘크리트 등 구조물의 파괴와 정전 등으로 인한 간접피해에서 나온 것이다.

아직까지 콘크리트 건물의 기술적인 검토를 할 시간이 없었겠지만,아마도 구조상의 내부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철강 선진국이다.

하루 빨리 벽돌이나 콘크리트 건물에서 탈피해 철골건물을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포항제철을 위시한 제철업계에서도 대형 내식구조강 생산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진척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40인치 이상의 구조강은 뉴코와 야마도의 합작회사가 독점하고 있고, 그로 인해 품귀현상은 날로 심해져 전 건설업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공건물은 일괄적으로 내진성을 심사하여 자체평가하고 최소한의 내진보강조치를 취해야 하며 15층 이상의 고층건물 건축허가때는 반드시 동역학적인 검토와 계산서를 첨부해 전문가의 검토를 받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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