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3D(3차원)애니메이션 물결이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로 밀려오고 있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기위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생존전략으로 3D 애니메이션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위기를 맞데 된 것은 미국 일본 등에서 하청을 받아 만화를 그려주는 데 안주했기 때문.국내 업계는 최대 주문자인 미국의 기획제작사들이 하청물량을 인건비가 싼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전환하자 수주물량이 급격히 줄었다.

이에따라 자체 창작물 제작과 3D애니메이션으로 활로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3D애니메이션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과 기술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정보기술(IT)산업이 활성화된 덕분이다.

TV 애니메이션의 천국인 일본은 아직도 2D애니메이션에 안주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세계시장은 2D에서 3D로 바뀌는 전환점에 와 있다.

세계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는 오는 4월1일부터 아시아 최초의 풀(full) 3D애니메이션 "런딤"으로 일본의 안방을 찾아간다.

TV토쿄에서 일요일 오전 방영돼온 유명 애니메이션을 밀어낸 것.

DDS는 런딤을 국내에서도 공중파 TV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며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제작중이다.

싸이퍼엔터테인먼트는 풀 3D애니메이션인 "큐펫"과 "제5빙하기" 등을 제작하고 있다.

나이트스톰미디어와 공동 제작중인 제5빙하기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배급사인 폭스패밀리 월드와이드를 통해 공급된다.

에펙스디지털은 세계최초의 뮤지컬 3D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될 "키누"를 준비중이다.

광고 홍보시뮬레이션을 제작해온 컴퓨터그래픽전문업체였던 씨네픽스는 3D애니메이션 "큐빅스"의 판권을 지난해 포키즈엔터테인먼트에 넘겨 일약 주목을 받았다.

포키즈엔터테인먼트는 포켓몬스터의 배급과 라이선싱을 맡은 바 있는 메이저급 엔터테인먼트회사다.

기존 2D 애니메이션업체들도 잇따라 창작물 제작에 나서면서 3D 애니메이션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하청에 매달렸던 국내 애니메이션업계가 제작중인 창작애니메이션만 해도 1백여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청역할에 머물러온 "하꼬방"수준의 애니메이션업체들은 정리되고 3D애니메이션 등 기술력을 앞세운 창작 애니메이션 벤처들이 자리를 차츰 늘고 있는 것이다.

하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시장은 98년 60억원에 불과했으나 2001년 6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TV 비디오 캐릭터 등 2차 연관시장까지 포함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올해 1조5천3백9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3D애니메이션 업체들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막강한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해외업체들과 손잡고 세계 무대에 뛰어들고 있다.

DDS가 지난해 9월 합작한 디지털림이 대표적인 사례다.

헐리우드의 유명감독인 오우삼,레인보우스튜디오,윌리엄모리스사 등 쟁쟁한 인물과 기업들이 합작 파트너다.

디지털림은 첫번째 작품으로 풀3D애니메이션인 "아크"를 제작중이다.

3D 애니메이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비용대비 효과가 높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DDS의 CFO(재무담당최고임원)인 김용욱 이사는 "3D애니메이션은 초기엔 장비와 전문인력을 구해야 해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후속편을 만들거나 캐릭터 게임 완구 등 다른 영역으로 활용할 때 별도의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전체적으론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하나의 원천소재로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특성의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적의 접근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인터넷의 확산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애니메이션과 영화 음악 게임 캐릭터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영역간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물론 실물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도 3D애니메이션의 강점으로 꼽힌다.

2D애니메이션의 대표작품으로 "인어공주"와 "라이언킹"을 들 수 있다면 풀3D애니메이션으로는 "벅스라이프""개미""다이너소어"등이 히트작으로 인정받고있다.

3D애니메이션은 실제 세계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것도 가능케 하는 표현기술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표현차이를 최소화시킴으로써 영상산업에서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무제한으로 확대시킨다.

3D 기술로 위기탈출을 시도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산업지원센터의 이상길 부장은 "애니메이션의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을 외면해서는 투자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규모를 1백으로 볼 때 미국은 60,유럽과 일본이 35,나머지 지역이 약 5 정도에 해당한다.

이 부장은 특히 "미국시장에서도 10대를 겨냥하거나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틈새시장(교육용 소품이나 비디오 시장과 멀티미디어콘텐츠 시장)을 노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50개가 넘는 대학에 애니메이션 학과가 있지만 낮은 급여수준 등을 이유로 애니메이션 보다는 방송 이벤트 캐릭터 등 유관분야로 진출하는 일이 더 많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